내년 상반기까지 250개 이상 중소 협력사의 ERP 구축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협력사 정보화 지원사업’을 놓고 ERP업계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내 IT 수요를 촉발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삼성전자의 정보화 지원사업으로 인한 혜택이 일부 업체에만 국한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최근 내년 상반기까지 250∼300개의 중소 기술 협력사에 신규 ERP 구축을 지원키로 하고, 지원금액을 업체당 5000만원 정도로 총 150억∼2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들이 도입할 솔루션으로 외산 2개를 포함해 총 5개사 제품을 선정했다.
결국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들은 삼성전자 협력업체 수요를 고스란히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23개 주요 ERP업체의 협의체인 ERP 협의회는 최근 삼성전자 측에 협력업체를 위한 ERP 공급회사를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재선정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최대 1억원의 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한국전력공사가 협력사 IT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지만 특정업체를 지정하지 않았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물론 삼성전자가 자사의 자금으로 협력업체를 지원하면서 일정 조건을 내건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제품을 선정했다는 삼성전자 측의 이야기대로라면 삼성전자에 대한 불만은 시장지배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업체들에 한정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솔루션 업체로 선정된 일부 기업들이 이미 다른 회사의 ERP를 구축한 사이트에 들어가 영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물론, 다른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상대적으로 삼성전자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반강제성 영업을 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협력업체들의 정보화를 지원키 위한 삼성전자의 결단은 높이 살 만하지만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 당초 취지는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협력사 정보화지원사업이 협력업체의 정보화와 함께 국내 중소 솔루션업체들의 수요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컴퓨터산업부·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