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IT감리 시장 `냉기류`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의 정보기술아키텍처 및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ITA/EA) 도입을 의무화하는 ITA 법제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ITA 관련 법안의 관심사가 공공기관의 감리 자격으로 옮겨가고 있다.

 IT 영역의 감리는 ‘일정 정도 자격을 보유한’ 전문기업이 수요처가 추진한 정보시스템 프로젝트가 제대로 됐는지를 종합적으로 점검·평가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권고해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의미지만 공공기관에서는 ‘IT 감사’ 성격이 짙은 방어적인 의미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ITA의 효율적 도입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의 한 축은 ‘공공기관의 IT 프로젝트에 대한 감리 의무화’를 포함하고 있다. 즉 정부는 감리에 대한 정의와 범위, 수행 자격 등에 관한 내용을 법으로 규정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의 확산이 예상되면서 이 시장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가 첨예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공공기관 감리, ITA법에서 의무화한다=업계의 관심은 바로 ITA법으로 명시되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감리 자격을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부여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IT 프로젝트에 관련된 전문 영역을 다루는 ITA법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IT 감리 관련 사항이 별도 시행령으로 법제화된다는 면에서 볼 때 향후 공공기관의 감리는 지금보다 엄격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현재 감리를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진영에겐 새로운 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현재 IT 프로젝트의 감리는 정보화촉진기본법에 시행 근거를 두고 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돼 왔으며, 일반적으로 건설이나 IT를 구분하지 않고 ‘기술사법’에 의거해 기술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4개 진영에서 감리 자격 시비 나올 듯=현재 ITA 감리 자격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이해단체는 4곳이다.

 우선 한국전산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가공인자격증인 정보시스템감리사(150여명)들이다. 정보시스템감리사 자격증은 IT 감리 분야에서는 국내 유일한 국가 공인이기 때문에 ITA법에서 감리 자격을 얻는 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번째는 정보통신 및 정보처리 기술사. 국내에는 700여명의 기술사(협회 회원 기준)가 활약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금까지 감리가 기술사법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ITA 감리에서도 그 자격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한다.

 세 번째는 국제공인정보시스템감사사(CISA)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이다. 한국 지부인 ‘한국정보시스템감사통제협회’에 따르면 국내 CISA는 3600여명이 예비자격증을 획득했으며, 이 중 5년 이상의 실적 및 관련업무 근무 이력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실자격증을 확보한 숫자는 1700여명에 달한다. 감리 관련 국제 공인 자격증으로는 역사가 오래돼 이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다른 진영으로부터 국내 인증이 아니라는 점을 공격받고 있다.

 이 밖에 국가 공인 자격증이 시행되기 전 감리 활성화를 위해 한국전산원이 주체가 돼 일정 기간 교육 후 인정서를 발급해 준 정보시스템감리인(190여명)도 있다. 이 제도는 정보시스템감리사제도가 정식으로 도입된 후 없어졌다. 특히 자격증이 아닌 인정서라고 표현하듯 ‘법적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밥그릇 싸움’ 될라 조심=현재 ITA법 관련 시행령은 전산원에서 실무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산원은 이미 지난해 한 번의 공청회를 가졌으며, 조만간 이해관계에 있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띤 이들로 협의회를 구성해 시행령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창구를 만들 계획이다.

 해당 이해 당사자들은 우선 ITA법이 통과되는 것이 우선이고, 무엇보다 협·단체 간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비판을 우려해 아직까지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ITA법상 감리 자격을 둘러싼 논쟁이 조만간 수면으로 올라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법이 규정하는 감리 자격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향후 성장 가능성 있는 공공 감리 시장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민간 감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만큼 첨예한 이해관계가 달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