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 말 유비는 관우와 장비 같은 강한 군사력이 있으면서도 조조에게 여러 차례 당하자 그 원인이 무엇에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답은 적절한 전술을 발휘할 지혜로운 참모에 있었다.
이에 유비는 은사인 사마휘를 찾아가 유능한 책사를 천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사마휘는 ‘복룡’과 ‘봉추’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조언했고 유비는 복룡이 제갈량임을 알고 관우·장비 등과 함께 그의 초가집으로 갔는데 세 번째에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삼고초려’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서 나온 것이다.
초가집을 세 번 찾아간다는 뜻으로, 유능한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발휘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인선작업이 마무리된 교육·경제부총리의 인사과정을 지켜보면서 문득 ‘삼고초려’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대상이 되는 한 사람을 여러 차례 찾아가 인재를 얻는다는 본래의 의미는 아니지만 어느 직위를 놓고 여론이 수긍할 만한 적절한 후보들을 내세워 결정하는 최근의 정부 인사시스템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통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후보 한 사람이건 다수의 후보건 정성을 들여 인재를 발탁한다는 면에선 비슷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임자로 후보에 올랐다가 여론의 호된 검증에 줄줄이 낙마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겠느냐마는 여론의 검증으로 인해 부적절하게 후보에서 내려오게 되는 당사자들한테는 간혹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너무 가혹하게 평가가 내려져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능력있고 적절한 인재들이 일찌감치 정중하게 고사하고 초야에 묻혀 버리곤 한다.
제갈량은 후에 ‘출사표’에서 자기를 찾은 유비의 지극한 정성에 감격하면서 “신이 비천한 신분임을 알면서도 싫어하지 않고 외람되게도 몸을 낮추어 제 초가집을 세 번씩이나 찾아 주어 당시의 상황을 물으셨습니다. 이 일로 저는 감격하여 선제께서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허락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차제에 유비의 역할을 여론에 맡기는 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