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 휴면특허 활용사업’이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무엇보다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부의 세제지원책 때문이라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가로막는 것은 문제가 있어도 보통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잘못된 지원정책이라면 문제점을 파악해 즉각 개선해야 한다.
‘대기업 휴면특허 활용사업’은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휴면특허를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당 특허기술 가치를 평가한 뒤 대기업에 일정 비율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다. 기술 개발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새로운 특허기술을 활용함으로써 기술 개발력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해당 대기업은 사장된 특허를 활용해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분위기가 조성돼 국가 산업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근 세제지원책을 내놨다고 한다. 재정경제부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휴면특허를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이전할 경우 특허권 평가액만큼 연구개발(R&D)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런데 특허권 평가 세액공제 대상액을 ‘실거래가(시가)’가 아닌 ‘(회계)장부상 가액’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특허권 무상 지원으로 세제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금액은 특허출원심사료 등 특허등록을 위해 직접적으로 소요된 것에 한정할 수밖에 없어 아무리 많아야 500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것도 특허권이 20년에 걸친 상각 대상인 데다 또 세법상 당해연도 R&D 비용에서 직전 4년 평균 R&D 비용을 뺀 나머지의 40%에 대해서만 감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특허권 무상이전에 따른 효과가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고 적은 비용을 감면받기 위해 번거롭게 여러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만큼 대기업들도 꺼릴 만도 하다. 기업들이 생색내기용 세제지원책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가 특허권의 장부가격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특허권 시가를 반영하도록 하는 데도 현실적으로 법적·제도적 제한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자칫 특허권 과대 계상으로 대기업들에 세금 포탈 원인을 제공하는 요인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등 정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등 올해 대·중소기업 간 협력과 상생의 정책을 지향해 오지 않았던가.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실에 맞게 관련 법·제도를 바꾸어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현재 우리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최대 취약점은 기술력과 연구 개발력이 낙후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놨으며, 현장의 생산기술 효율을 높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 신기술과 신제품에 대응할 수 있는 R&D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내수부진으로 격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R&D는커녕 현상 유지도 힘들기 때문에 중소기업 자력의 R&D를 기대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사업화가 가능한 대기업 휴면특허의 중소기업 이전은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이 실효성을 갖고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정부의 세제지원책 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