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저장장치]IT지식 담는 정보곳간 부속품서 주력품 변신중

 ‘애플 8비트’ 컴퓨터에서 사용한 저장 매체는 카세트 테이프 형태의 미디어였다. 이후 하드디스크가 장착된 16비트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40MB’짜리 하드디스크가 등장했다. 지금은 윈도XP 운용 프로그램조차도 설치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당시 하드디스크 용량 40MB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사용자들은 ‘무엇을 담아야 할까’라는 고민 아닌 고민을 했다.

 이어 컴퓨터 고성능화,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증가와 맞물려 저장 기술은 수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지금까지 출시된 최대 용량은 400GB로, 이도 부족해 레이드로 묶어 여러 개를 사용하는 마니아까지 등장했다. 시장도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에서 MP3P·디빅스·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PMP)·카내비게이션 등 퍼스널 제품, 심지어 셋톱박스·개인 비디오 리코더(PVR)·디지털캠코더 등 정보 가전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조만간 디지털카메라·휴대폰·PDA 등에도 탑재될 전망이다.

 디지털 저장 매체의 전성 시대가 도래했다. 모든 길은 ‘디지털’로 통하고 그 중심에는 ‘저장 매체’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과거에는 CPU 처리 능력이 IT기술 흐름을 좌우했지만, 이제는 대용량 데이터의 처리 여부가 이를 대체해 가고 있다. 가전과 컴퓨터·초고속 네트워킹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광 저장장치(ODD)·플래시메모리 카드 등 각종 저장 기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TV·홈네트워크·지능형 로봇·차세대PC·텔레매틱스 등은 모두 과거와는 다른 개념의 저장 기술을 요구하고 이에 발맞춰 산업계에서도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표준을 만들면서 시장 경쟁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저장 장치가 바로 ‘HDD’다. HDD의 경우 기존 2.5∼3.5인치에서 1인치 수준으로 크기를 대폭 줄이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강대원 맥스터코리아 사장은 “과거 HDD 제품은 부담스러운 크기, 높은 전력 소모, 약한 내구성 등의 문제로 PC 이외에는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며 “지금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디지털 정보 저장 매체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HDD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건 MP3P다. 이미 HDD를 내장한 MP3P는 애플·도시바·소니 등에서 출시되었으며 국내에서도 레인콤·거원시스템 등 10여개 업체가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전세계 MP3P 시장에서 HDD 방식은 매출액 기준으로 60% 이상을 차지해 이미 플래시메모리 방식을 추월했다. 디지털 가전 분야에서도 HDD가 대표적인 저장 매체로 떠올랐다. 소니·JVC 등이 HDD 캠코더를 선보여 ‘수요 몰이’에 나섰다. 셋톱 박스에도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한 3.5인치 HDD를 탑재한 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HDD를 내장한 셋톱박스는 방송을 하드디스크에 녹화할 수 있는 PVR 기능을 기본으로 갖췄으며, 삼성·LG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휴맥스·토필드 등 10여개 업체가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휴대폰에도 HDD 탑재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HDD가 내장된 100만 화소급 카메라폰을 선보였다.

 산업계에서는 2007년까지 휴대형 퍼스널 기기 2대 중 1대꼴로 HDD가 채택될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디지털 정보 가전 시장에서는 무려 4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초소형 HDD 시장은 히타치와 도시바가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시게이트가 1인치 HDD를 내놓고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0.85인치 HDD를 개발해 치열한 초기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5인치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0.85인치 HDD를 올 하반기부터 양산해 플래시메모리와 HDD 시장을 모두 석권한다는 전략이다.

 ODD시장은 고선명(HD) TV시대를 주도할 차세대 기록 매체 표준을 놓고 ‘블루레이’와 ‘HD―DVD’ 진영끼리 표준 전쟁에 돌입했다. 차세대 DVD는 기존 DVD의 4.7G∼8.5GB 용량을 뛰어넘는 20G∼54GB 용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는 LG전자·소니·마쓰시타를 중심으로, HD-DVD는 도시바·NEC를 주축으로 표준화에 나서고 있다.

 플래시메모리 카드 분야에서도 시장 주도권 경쟁이 한창이다. 그동안 메모리 카드 시장은 콤팩트 플래시(CF)·스마트 미디어 카드(SMC)·시큐어 디지털(SD)·멀티미디어 카드(MMC)·메모리스틱 등의 규격이 혼재돼 왔다. 지난해부터 크기를 대폭 줄인 미니SD·RS MMC·메모리스틱 듀오·xD픽처 카드 등이 선보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플래시메모리 카드는 특히 휴대폰·디지털카메라·캠코더 시장에서 초소형 HDD와 치열한 영역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보저장시스템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영필 연세대 교수는 “앞으로 IT 시장의 큰 흐름 중 하나는 누가 얼마나 집적도가 높은 저장 기술의 주도권을 쥐느냐가 될 것”이라며 “PC와 가전 제품의 부속품의 하나로 여겨졌던 저장 장치가 앞으로 제품과 기술 개발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으로서,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바로미터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고 역설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상한가 행진…장밋빛 시장

 저장 장치, 장밋빛 시장 열린다

 각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디지털 정보를 손쉽게 보관할 수 있는 저장 장치도 덩달아 ‘상한가’를 치고 있다. 저장 장치는 크게 용량과 저장 기술에 따라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HDD), 광디스크 드라이브(ODD), 플래시메모리 카드, USB 저장장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이들 제품은 PC 주변기기 정도로 인식돼 왔지만 지금은 독자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각 분야에서 활용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시장 전망도 ‘장밋빛’이다. 시장 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HDD·ODD로 대표되는 세계 정보 저장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올해를 기점으로 오는 2008년까지 연평균 10∼15%씩 고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PC시장은 점차 위축되지만 AV기기·PDA·MP3P·디지털 카메라 등의 휴대형 정보 저장기기 분야는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조사 기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HDD 시장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231억달러를 기록했다. HDD는 2002년 197억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2003년부터 새로운 성장기를 맞은 상황이다. 이는 PC시장 회복과 기술 진보로 신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 IDC는 오는 2006년경에 2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데스크톱PC와 엔터프라이즈의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반면 모바일과 정보 가전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CD·DVD 미디어에 있는 음성·영상·데이터 정보 등을 읽고(재생), 쓰고(기록), 저장하는 ODD도 세대 교체가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지난해 세계 ODD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3% 감소한 98억9000만달러였다. 1세대 ODD 제품인 CD롬과 CD-RW의 규모가 각각 10억3000만달러, 12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다소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록형 DVD 제품이 성능 향상과 가격 하락에 힘입어 이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기록형 제품은 2002년 9억50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2003년 33억달러에 이어 지난해 45억달러로 전년 대비 36.4% 성장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돼 기록형 DVD가 ODD 시장의 주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0년 독일 세빗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인 USB 저장장치는 휴대형 제품으로 플로피 디스크드라이브(FDD)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USB는 전세계적으로 2002년 600만대, 2003년 900만대, 2004년 2000만대에 이어 올해 3300만대 등 연평균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는 아직 정확한 집계가 없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50만대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저장 용량도 계속 늘어나 2001년 8MB에서 2002년까지 16·32·64MB 제품이 주류를 이뤘고, 지난해를 기점으로 128MB와 256MB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밖에 디지털카메라 등에 주로 탑재되는 플래시메모리 카드도 2002년 전년 대비 50% 늘어난 6800만개에서 지난해 1억5000만개에 근접했으며, 오는 2007년까지 연평균 23% 성장해 3억150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