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불법복제

 불법복제는 엄연히 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당연히 복제를 하면 죄를 짓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하지만 불법복제가 아직까지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이에 대한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국제지적재산권연합체(IIP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SW 불법복제율은 지난해 46%로 선진국의 30%대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IIPA는 이 같은 높은 불법복제율은 한국이 SW강국으로 가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는 고언(?)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IIPA의 발표에 대해 우리 정부나 관계기관에서는 믿을 수 없는 수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관계기관이 조사한 불법복제율은 33% 수준으로 이번 IIPA 자료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IIPA의 자료가 전적으로 미 사무용 SW기업들의 모임인 BSA의 자료를 기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지적한다. 사실 미국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BSA 측에서는 한국의 불법복제율을 높이고 이를 통상압력 수단으로 활용해 한국 내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를 기대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불법복제율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비율이 달라질 수 있지만 그 차이가 10%대를 넘는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료는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불법복제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든 아니면 40%를 넘건 불법복제는 범법 행위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줄여 가야 하는 것은 우리 정부나 기업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상대방이 인정하지 못하는 자료를 내세워 압력을 가한다면 불법복제율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보다는 우선 반감부터 갖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불법복제를 줄이는 게 공동의 목표라면 적대감보다는 동질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매년 이맘 때면 으레 터져 나오는 한국과 미국의 갈등이 궁극적으로 불법복제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컴퓨터산업부·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