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세 번째 대변혁인 IT 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디지털 경제와 지식정보 사회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창출되고 있다. 가치창출의 구조와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가 유발되고 있으며, 소속·영역을 뛰어넘는 무한경쟁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과 이념의 혼돈으로 인해 전 인류는 삶의 본질과 방법 면에서 대단히 큰 혼란에 봉착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세대 간 갈등을 넘어서 이념 간 또는 빈부 간 갈등, 기득권자와 혁신자들 간 갈등 등 다양한 혼란과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 이런 세대에서는 오늘의 성공이 내일까지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 사회의 성숙은 경쟁 테이블에서의 법칙에도 변화를 몰고 온다. 예전까지는 금메달부터 동메달까지 여러 사람이 승리의 분깃을 서로 나누던 문화였다면, 요즘에 이르러서는 무한경쟁이 일반화되면서 게임 룰도 바뀌었다.
이러한 척박한 경쟁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이 되었다. 참 듣기 좋고 누구나 가슴 뿌듯해 하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정말 열심히 일했고, 국가 리더십과 사회 구성원의 노력 및 국민 특성이 어우러져 세계가 놀랄 만한 위치에 도달했다. 최소한 IT 분야에서만은 세계적인 리더십을 확보한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뒤돌아보더라도 지금과 같은 위치를 확보한 적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우리의 위치와 위상이 달라졌다. 이러한 기회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금의 혼돈과 무한경쟁에서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불행히도 전세계는 점차 우리나라를 선린의 대상에서 경쟁 상대로 혹은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로 인식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도 이제까지 승리자들이 갖던 여유와 관조, 먼 미래에 대한 구상, 자신만의 독특한 성공 전략을 구체화하고 지속적으로 엮어 갈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다가오는 미래에는 무한경쟁 시대에 맞는 삶의 법칙을 빠르게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성공이 한순간에 스쳐가는 꿈과 같이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 경쟁 주체들이 서로 성공에 대한 목표와 이념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것들이 남의 일, 남의 잔치로 치부되어 국가적인 성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앞장섰던 사람들만의 자기만족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이제는 일등 외에는 살아남기 어려운 무한경쟁 사회로 접어들었다. 국가적인 도약과 새로운 세기의 국가 경쟁력 확보, 나아가서는 국민의 행복한 삶의 질 보장을 위해 분명히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좋은 인력과 목표가 있더라도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인 양보와 고통분담 없이는 남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개인의 성공은 물론이고 사회나 국가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통과 양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의 성공을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창의력과 목표에 대한 공유, 중단없는 노력과 역할 분담 그리고 이를 용인하고 지켜볼 수 있는 여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국민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무한경쟁 시대에 본인 삶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범국가적인 차세대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려는 노력과 함께 흩어져 있는 개발역량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일면 다행스럽다.
나와 내 주위에는 아무런 아픔과 슬픔이 없고,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는 있어도 괜찮은 그러한 성공은 없다. 꿈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서로 조금씩 아픔과 고통을 나눠 갖지 않고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즉 기술 및 정보를 가진 사람과 이를 실행하는 사람 모두 넉넉해지는 사회, 중소기업의 아픔을 대기업도 느끼면서 함께 감당하려는 사회 그리고 국민의 아픔을 안으려는 정부와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 각자가 충분히 고통을 감내하고자 하는 사회, 이러한 사회가 되어야만 아무리 무한경쟁이 심화되고 이념적 혼란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국가적으로 성공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IT 강국의 지속적인 확장과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 한 번쯤 음미해 보았으면 하는 얘기다.
◆손승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보호연구단장 swsohn@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