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우리 회사가 코스닥 예비심사청구를 통과한 직후의 일이다. 많은 사람이 번듯한 사옥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 코스닥까지 올라가는 마당에 셋방살이 모습이 보기 안 좋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아직 때가 아니다”는 말로 일축했다.
사실 우리 회사는 디지털방송 수신기를 중심으로 전량 수출을 하며 성장해 왔다. 2004년에는 창업한 지 4년 만에 1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터여서 ‘번듯한 사옥’에 대한 욕심을 낼 법도 했다.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욕심 나는 일이다. 교통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을 때 수반되는 경제적 이익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를 거부했다. 자원 투입 효과가 최대로 나는 곳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사옥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아직 많다.
나는 투명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분기별 감사 결과가 나오면 전 직원에게 경영 실적을 보고하고,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이야기한다. 월례 간담회를 통해 전 임직원과 주요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지난 4월 간담회 때 직원들에게 뜬금없이 물었다. “벤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기업을 나와 벤처기업을 꾸려 가면서 스스로 무수히 던졌던 질문이었다.
직원들은 각자의 의견을 말했다. 의견은 다양했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야성(野性)이었다. 직원들은 벤처에 대해 ‘꿈과 열정으로 만든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동력 있는 기업’이라고 답했다.
그것은 창업에서 코스닥까지 우리 회사가 지녀온 야성의 다른 모습이었다. 먹이를 잡는 동물의 움직임은 대단히 아름답다. 최선을 다해 군더더기 없이 응집력 있는 단 한 번의 동작으로 성과를 이뤄낸다.
벤처도 마찬가지다. 급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대한 간결히 처리하며 응집력 있게 움직이는 것, 이것이 바로 급소경영이다. 급소경영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급소를 파악하라. 요즘 유행하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책에는 ‘킹핀’ 이야기가 나온다. 킹핀은 볼링의 5번 핀을 뜻하는데, 이를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핀의 쓰러짐이 결정난다. 킹핀은 사내에도 있고 고객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디지털방송 수신기 사업에서 필수적인 방송사업자 프로젝트에 입찰하는 경우 의사결정권자의 관심과 걱정을 명확히 파악하고 우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적절히 설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킹핀 전략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그 결과 꾸준히 제휴사가 늘어 현재 전세계 25개 방송사업자에게 제품을 공급중이다.
둘째, 파레토 법칙에 집중하라. 간결함은 사업의 중요 요소다. 20%의 노력으로 80%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많다. 이는 전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권한을 대폭 위임해 부서장이 현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비즈니스의 핵심 사항을 집중적으로 토론해 최적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셋째, 강한 팀워크를 구축하라. 전략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프로세스를 간결히 하더라도 결국 이를 실행하는 것은 팀이다. 따라서 신뢰를 바탕으로 단단한 팀워크를 이뤄 실행하는 것이 급소경영의 마지막 덕목이다.
교육학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나온다. 상대방이 성과를 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한때 벤처기업은 망망대해의 조각배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경영환경과 기술이 급변하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자원은 유한하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급소를 찾아야 한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다. 분명 급소는 있다.
◆가온미디어 임화섭 사장 hslim@kaon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