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B2B는 없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508/050824061126b.jpg)
1999년부터 거세게 불어닥쳐온 인터넷 열풍의 한가운데 B2B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B2B업체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 약진하고 있는 B2B업체는 소모성 자재(MRO)와 철강 등 일부에 국한되어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당초 B2B는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었던가, 아니면 아직까지 성공요인을 찾아내지 못한 것인가.
지금와서 보면 많은 사람이 B2B라는 사업의 본질을 처음부터 잘못 인식한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B2B업체를 IT기업의 하나로, 그래서 또 다른 대박을 예고하는 벤처기업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B2B란 말 그대로 기업 대 기업의 거래다. 다시 말해 구매와 판매가 인터넷 기반의 시스템에서 이루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기업이 다른 업체로부터 구매를 할 것인지의 의사결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업체가 제공하는 물품 혹은 용역의 가격·품질·납기 등이지 그 업체가 제공하는 온라인 구매시스템은 아니다.
물론 시스템도 좋다면 가점 요인은 되겠지만 그것이 결정적일 수는 없다. 또 B2B 거래는 납기·사양 등 여러 조건에 대해 수시로 협의해야 하고, 조건이 맞더라도 장기적인 신뢰관계 때문에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등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가 있는 특수 환경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B2B업체는 본질적으로 IT업체일 수가 없다. B2B는 유통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 컨설턴트, 심지어 B2B기업의 운영자조차 스스로 IT업체로 잘못 규정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으니 출발부터 잘못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MRO 업체들은 출범 초기부터 온라인도 중요하지만 오프라인 서비스가 핵심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B2B의 본질이 유통에 있고, 그것을 구현하는 데 오프라인이 중요함을 알았다는 말이다. 지금은 무대에서 사라진 B2B업체의 경영진이 대부분 IT 경력자인 데 반해, 필자는 아니지만 MRO업체 사장들은 종합상사 출신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MRO분야의 B2B가 잘나가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국내 MRO업체가 대한민국 최상위 그룹의 계열사 내지 출자사라는 점이다.
뭐니뭐니 해도 이는 물량 확보 면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MRO회사가 소속그룹 혹은 주주사 물량에 매출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점도 필자 회사는 예외다.
마지막이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국내 MRO B2B업체들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의 요구는 회사별로 다 다르고, 한 회사 내에서도 직급에 따라 다르다.
사장은 구매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임원은 프로세스 개선과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추며, 현장에서는 사용의 편의성만 요구하기도 한다. 국내 MRO업체들은 이러한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부단히 발전시키고, 더욱 나은 서비스를 위해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있다. 까다로운 고객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국내 MRO업체들의 진화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회사만 봐도 온라인 회사라는 간판이 무색할 만큼 두툼한 오프라인 카탈로그 책자를 발간하고 있고, 오프라인 서비스를 위한 자회사도 2개나 발족시켰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최초로 국내 굴지의 D사 MRO 구매기능 전체를 아웃소싱 받음으로써 기존 구매대행 사업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격상하기도 하였다.
일찍이 한 선각자가 말했다. “앞으로 B2B란 용어는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기업 간 거래가 B2B일 테니까.”
필자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B2B란 없다. 온라인 인프라를 근간으로 활용하는 신 유통업만이 있을 뿐이다.”
◆이우석 KeP 사장 woosok@koreab2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