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를 흔히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고 표현한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매우 난처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이는 위피가 처한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정부가 우리의 앞선 이동통신 기술을 내세워 국산 플랫폼을 개발, 글로벌 표준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을 때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얘기다.
하지만 위피를 단말기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한 지난 4월부터 이 같은 우려는 커져 가고 있다. 나아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위피가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근심스러운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우선, 표준 도입의 취지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사 간 플랫폼 호환성 마련도, 해외 진출도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이통사들이 위피 도입 이후 자체 OEM 규격을 높은 수준으로 정하는 바람에 호환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비즈니스 모델도 취약하다. 현재 위피 표준을 제안해도 개별 업체에 돌아가는 이익은 미미할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상당수 원천기술 업체조차 위피에 API 공개를 꺼린다. 게다가 위피의 자바 계열 표준 스펙은 자바 표준 단체인 JCP를 뒤따라가기 바쁜 실정이다. 브루·자바와의 경쟁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에 따라 단말기 제조사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표준 스펙 제안이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주인의식을 갖고 위피를 발전시킬 주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위피는 이통사들이 직접 돈을 들여 표준 스펙을 끌고 갈 뿐 삼성전자·LG전자 등 단말제조사는 이통사를 따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위피 도입 비용을 누가 지급할 것인가 하는 것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퀄컴 견제를 위해 선택한 선(SUN)이 최대의 수혜자라는 비아냥 섞인 얘기도 들린다. 이마저도 KTF가 ‘위피온브루’ 도입을 추진함에 따라 퀄컴 견제 효과도 완벽하지 않다. 국내 위피 플랫폼 개발사 역시 이통사에 용역비를 받는 정도일 뿐 위피 도입에 따른 수혜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위피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통사, 단말제조사, 솔루션사, 콘텐츠사 등이 모두 ‘위피 수혜’를 나눌 수 있는 가치사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