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초가집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몸이 가려워 잠을 못자게 하는 빈대는 박멸해야 마땅하다. 빈대는 가려움뿐 아니라 피부염이나 다른 질병까지 유발한다. 빈대를 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뜨거운 열이다. 저온다습성인 빈대는 열에 약하다. 그렇다고 너무 불을 세게 때 초가집을 태우면 곤란하다. 이 속담은 본말이 전도된 것을 잘 꼬집는 말이다.
최근 에피소드로 끝났지만 학군 조정의 필요성이 불거졌다. 강남 8학군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목적은 학군 문제 해결이 아니었다. 부동산 대책의 일환이었다. 8학군 때문에 강남의 집값이 도저히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학군제도는 평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고교가 평준화되는 마당에 굳이 멀리 통학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에 가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때론 진학 지역이 제한되는 학군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났다. 학교가 채 설립되지 않은 신도시 지역의 경우 학생들이 갈가리 찢어져 타학군으로 가야 했다. 또 인접지역의 경우 더 먼 곳으로 통학하는 경우도 빌생했다.
그동안 이런 어려운 사정이 생겼을 때 관계당국이나 정계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지금의 학군제도상 어쩔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 그들이 부동산 문제를 풀기 위해 학군을 변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본말이 전도돼도 보통이 아니다.
8학군은 학군제도가 낳은 불량품(?)이다. 평준화가 돼야 하는 학군이 외려 명문화가 됐다. 강남에 부유층이 몰렸기 때문이다. 8학군 학부모들은 든든한 재력으로 타지역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당연히 사교육이 가장 발달했고 학생들의 성적도 우수해졌다.
8학군의 본질은 지역 내의 공교육에 있지 않다. 원인은 사교육이다. 강북지역 학생들이 8학군에 다닌다고 해서 사교육까지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괜히 통학거리만 늘리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과연 8학군의 학교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까. 사교육에서 뒤떨어져 소외당하지 않을까. 요즘 횡행하는 ‘왕따’를 당하지나 않을까.
모름지기 본말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평준화를 목표로 만든 학군제도가 8학군을 낳았듯이.
유성호 디지털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