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지적재산에 관한 기구 설립을

[열린마당]지적재산에 관한 기구 설립을

오늘날 우리는 지식 정보사회에 살고 있다. 광범위하게 구축된 정보통신망과 이를 사용하는 역동적인 소비자를 배경으로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우뚝 섰다. 황우석 신드롬이라 일컬어질 만한 사회적 이슈를 낳는 생명공학 분야의 성장도 함께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과 성장은 미래를 예측하고 과감한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 정부의 결단과 기업 및 연구자들의 노력 그리고 새로운 기술 문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국민정서가 결합된 산실이라 생각된다.

 정부의 주도로 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제고하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 정부만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정부의 노력은 1980년대부터 프로-페이턴트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지금 현재 막강한 경제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이나, 지적재산입국을 목표로 범정부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일본에 비한다면 미흡한 면이 없지 않다. 특정 산업이나 기술 분야에 한정된 국가의 개별적 지원 정책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그 성과물의 전 국가적 활용이나 보호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러한 상황은 지적재산에 대한 체계적이며 총괄적인 국가전략의 부재가 낳은 문제라 하겠다. 나아가 전 국가적 지적재산 전략의 부재는 국가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이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현재 지적재산은 그 다양한 형태만큼이나 다양한 정부기관이 관련돼 있다. 예컨대 특허발명이나 상표와 같은 산업재산권을 중심으로 한 특허청, 저작권을 중심으로 한 문화관광부, 산업기술 전반의 진흥 정책에 관련한 산업자원부나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국가의 기술유출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등이 관련돼 있어 지적재산과 무관한 행정기관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각각의 기관은 당해 기관의 이해 판단에 따른 대응을 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경쟁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집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이며 분산된 업무수행은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단기 정책 집행에 머물고 있다. 그 결과 특정 분야에 한정된 중복 투자가 반복되고 있으며, 원천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없이 응용기술 투자에만 집중해 작은 부가가치는 얻을지 몰라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에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처 간 갈등이나 경쟁은 지적재산에 한한 문제는 아니나,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지적재산에서 더욱 심각하다. 부처들의 업무 중복관할은 여러 정책 제안 사이에서 더욱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고, 부처 간 경쟁과 협조체계에 따른 업무 분장으로 업무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순기능은 부처 간 원활한 의사 소통과 정책 조율이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가능하다. 관련 부처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 없이 경쟁만 있다면 중복투자와 갈등, 장기적 성과의 부재라는 역기능만이 작용할 것이며, 각자에게 돌아갈 몫은 더욱 작아져 어느 누구의 욕구도 충족시키지 못할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특히 국가수반의 지적재산에 대한 인식과 확고한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업무 분할은 결국 나눠먹기식의 타협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에 대한 체계적이며 총괄적인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이의 집행을 독려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지적재산 관련 부서를 통폐합하고 효율성이 제고된 독립부처를 설립하는 것으로, 개별 지적재산분야에 특화된 부서를 중심으로 통합하며 미래에 창출되는 일체의 지적재산을 담당하는 독립부처를 두는 방안이다. 다만 이러한 주장은 가히 혁명적이어서, 기존 정부조직의 극심한 저항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전 국가적 차원에서 지적재산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적재산의 창출과 보호, 활용 등을 담당하는 체계적이고 총괄적인 독립기구를 두어야 할 때다.

◆윤선희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shyu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