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부품·소재산업의 상생 협력

[열린마당]부품·소재산업의 상생 협력

부품·소재산업과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부품·소재산업과 상생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라는 것을 방증한다.

 지난 1996년까지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이었던 부품·소재산업은 지난해 148억달러의 흑자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벌써 96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이제는 무역수지 흑자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에 가전·IT 분야의 세계적인 최종 제품 업체들이 존재해 관련 부품·소재업체들도 동반 성장할 수 있었던 환경적 요인을 바탕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부품·소재기업들의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축적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부품·소재산업은 반도체와 일반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상당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갈수록 첨단화되고 융·복합화되고 있는 고부가가치의 핵심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아직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올 상반기 대일 무역적자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었다고 하나 82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품·소재 분야 기술은 선진국 대비 85%에 그치고 있으며, 대부분 영세한 업체는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에는 미국 델파이나 일본 교세라 같은 세계적인 부품·소재 분야 선도 업체도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부품·소재 산업국의 반열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부품·소재업체와 최종 제품 업체 간의 공동 연구개발 등 긴밀한 협력과 신뢰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도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을 위해 기술개발 위주의 단순 지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기반 조성 등 종합적인 지원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9월부터 대·중소기업 간 구매협력약정 체결로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된 수급 기업에 설비 및 연구 개발비를 지원하는 2800억원 규모의 ‘수급기업 투자펀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전자신문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현황 실태조사’ 결과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8곳 이상이 협력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사회 전반에서 상생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매우 다행스럽다.

 이제는 최종 제품 업체의 상품 기획과 개발 시점부터 국내 부품·소재업체와의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서로 고민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할 때다. 특히 정부는 최종 제품 업체가 가장 염려하는 중소기업 부품·소재의 신뢰성을 공신력 있게 검증하고, 중소기업이 자체적인 기술혁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력과 장비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시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디스플레이·휴대폰 등 우리나라 주력 제품의 경쟁력은 브랜드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소재야말로 제품의 가격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주요 제품별 부품·소재 국산화율이 얼마나 높은지도 중요하지만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 여부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이미 세계 시장에서 값싸게 팔리는 부품·소재를 국산화한다고 헛고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IMF 외환위기 직후 한 음료회사에서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판매해온 청량음료의 원액을 독자 개발해 ‘독립선언’이란 슬로건의 마케팅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었다.

 첨단 핵심 부품·소재 분야에서 대외 종속관계를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현재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중인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성공을 뒷받침함과 동시에 진정으로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이 세계 최고가 되는 지름길이다.

 부품·소재산업의 미래는 부품·소재업체와 최종 제품 업체 간의 협력 강화가 최대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정수철 요업기술원장 sch1357@kic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