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늦어지는 DTV전환

 올해 말로 예정됐던 시 권역 8개 KBS 방송국의 디지털TV(DTV) 전환이 내년으로 연기됐다고 한다. KBS는 전환비용 문제와 전송방식 논란에 따른 일정 혼선으로 강릉과 공주·남원·순천·안동·원주·진주·충주 8개 방송국 DTV 전환 일정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영인 MBC는 지역국을 포함한 19개 방송국 중 11개 방송국의 DTV 전환을 완료했다. 또 남은 8개 방송국도 연내에 모두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공영방송인 KBS가 지역 방송국에 대한 DTV 전환이 다른 방송사보다 늦은 것이다.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KBS가 DTV 전환을 미룬 것은 나름의 부득이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환에 따른 재원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이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해당 지역에 DTV가 예상보다 적게 보급돼 DTV 전환에 대해 다소 소극적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내부 사정일 뿐이다. 지난해까지 KBS 지역 방송국은 올해 디지털 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당연히 DTV 전환에 소요되는 재원을 우선적으로 확보해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도리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KBS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은 이 지역 시청자의 처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KBS의 계획에 따라 DTV를 구입한 이 지역 시청자들은 내년 DTV 전환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S는 이에 대해 내년에는 DTV 전환을 마무리할 방침이며 이에 필요한 예산도 확보중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부터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광역시권을 중심으로 제작시설의 디지털화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올해 재원이 없어 지역 방송국의 DTV 전환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대안이 없다. 내년에라도 최대한 앞당겨 DTV 전환을 추진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번 일로 공영방송인 KBS의 신뢰에는 흠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잘 아는 것처럼 방송위원회는 앞서 2010년 1월 아날로그 방송 전면 중단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를 앞장서 추진해야 할 KBS가 DTV 전환을 지연한다면 곱씹어볼 일이다.

 DTV는 기존 아날로그보다 화질과 음질이 뛰어나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시장에서도 기대주로 관심을 끄는 제품이다. 따라서 방송사들이 DTV 전환을 앞당길 경우 국내 DTV 보급에도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내수침체에 시달리는 가전업계에 새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시대를 맞아 양방향 핵심 인프라로 DTV가 널리 보급된다면 방송시장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으며 국민 편익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DTV 전환은 방송과 방송산업 그리고 가전업계 등에 기대를 갖게 하는 일이다. 당장 가전업계는 지난 80년대 컬러TV 방송 실시에 이어 DTV 전환은 제2의 가전산업 중흥기를 맞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DTV가 이런 긍정적인 역할을 하려면 DTV 전환이 차질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KBS는 그에 따른 투자 재원을 내년에는 확실하게 확보해야 한다. DTV 전환과 더불어 가전업계도 기능은 우수하되 가격이 싼 DTV 개발과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방송사는 시청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질 좋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기존 아날로그TV에서도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보급형 셋톱박스를 개발해 이를 보급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