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허공세에 비상 걸린 휴대폰 업계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공세를 가하고 있는 상황

이동전화 관련 특허를 보유한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이 국내 휴대폰 업체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특허공세를 가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노키아와 디지털카메라 업체를 상대로 각각 특허분쟁에서 승소한 무선기술 업체인 인터디지털과 이미지파일 포맷변환 기술 보유업체인 세인트클레어가 국내 휴대폰 업체들을 특허협상 상대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형 이동전화(GSM) 특허를 보유한 미국·유럽 기술 기업들도 국내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 이동전화 기술 보유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공세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휴대폰 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대기업에 비해 특허 대응전략이 미흡한 중소 휴대폰 업체들에는 외국 업체들의 이 같은 파상적인 특허 공세가 금전적인 부담은 물론이고 수출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 자명하다. 대기업들은 크로스라이선싱을 통해 로열티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중소업체들은 대응특허가 별로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GSM은 몇몇 업체에 한정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과 달리 특허권자가 많아 여러 업체와 동시에 로열티 협상을 벌여야 하는 애로가 있다. 더욱이 중견·중소 휴대폰 업체들이 그간 로열티 충당금을 마련하지 않고 휴대폰을 수출해온 상황이어서 이들 외국 기업의 요구가 본격화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같은 이동전화 기술보유 업체들의 파상적인 특허 공세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휴대폰 강국으로 올라섬에 따라 기술보유 업체들의 기술 보호를 위한 공격적 특허 방어 전략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공세는 시장 확대를 기다렸다가 특허기술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청구하거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이른바 기회포착형 특허 전략으로 보인다. 그동안 조용하던 GSM 관련 기술보유 업체들의 특허공세가 이런 기회포착형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대기업에 이어 중견·중소 업체까지 유럽에 진출해 GSM 휴대폰 공급량을 늘려가자 로열티 요구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같은 외국업체의 파상적인 로열티 공세에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만큼 국내 기업의 부담은 늘어나고 수익성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우선 우리 업체들끼리 협상정보를 교환해 공동 대응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IT벤처기업연합회를 중심으로 중견 휴대폰 업체들이 모여 대처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기업들만으로는 대응하기 힘든만큼 정부의 후방 지원이 절실하다, 특허 라이선스 협상 경험이 부족한 중소 휴대폰 업체들에 라이선싱 및 특허 법률에 대한 정부의 조언과 지원은 절대적이다. 중소 기업들이 외국 특허 공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무선통신 관련 특허를 저렴하게 불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중소 휴대폰 업체들도 안이한 자세를 버리고 특허 공세에 대처할 수 있는 자기 방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외국 업체의 로열티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독자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물론 기술개발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비해 자신 있는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최단 시일 안에 확보하지 못하면 상당기간 로열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해 사용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기술의 융합이 가속화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요즘 나오는 IT분야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복합화·융합화하는 추세여서 특허 라이선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국제 라이선스 공세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사전에 마련하는 것은 이제 어느 경영요소 못지 않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