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비상 경영전략` 세운다

내년 환율 950원·유가 65달러 가정

삼성과 LG그룹이 내년에도 환율과 유가 불안, 미국의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상승 등에 대비해 최악의 경우 950원대 환율과 65달러선 고유가를 가정한 보수적 경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실물경제를 대표하는 두 그룹의 이 같은 경영 지침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과 경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그룹 계열사에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기초자료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원달러 환율 950원대, 최고 유가 65달러에 대비한 내핍 시나리오를 작성할 것을 통보했다.

 LG 역시 일반적으로는 1023원대의 환율에, 67달러 안팎의 유가를 고려해 2006년 경영계획을 작성하되 900원대 환율과 67달러 이상의 유가에 대비한 탄력적 경영계획을 요구했다. 원유가는 텍사스 중질유 기준 배럴당 최고 80달러대에 대비한 비상 대책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LG의 이 같은 계획은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7%인 올해보다 높은 4.6∼4.7%로 전망한 것과는 달리 기업 체감경기가 올해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을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과 LG는 지난해도 올해 불경기를 예상, 950원대의 환율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작성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주우식 IT팀장은 “대기업 경영계획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수적으로 짜인다”며 “내년도 유가와 환율에 대비해 다양한 경영 계획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는 환율은 올해보다 강세가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수시장은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나 고유가와 8·31 부동산 대책 등으로 부동산 가격하락 및 세금 증가 등이 불가피,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두 그룹의 계열사들은 이 같은 내용을 내년도 경영계획 가이드 라인으로 설정하고, 현재 각 상황에 따른 단계별 시나리오 경영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보수 경영시나리오는 2004년 6월 이후 미국이 열한 번째 금리인상을 시도, 가계부담을 안고 있는 미국시장의 소비증가세 둔화와 그에 따른 세계 시장 동요, 금속가격 상승 등 원자재 가격상승에 대한 불안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미국이 금리인상을 지속할 경우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 국가의 투자가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