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낸드플래시 구득난이라니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산업현장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견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연말연시 특수로 MP3플레이어 주문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핵심부품인 낸드플래시를 구하지 못해 수출 납기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해외 바이어로부터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 요구까지 받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기업마다 낸드플래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는 중소·중견기업이나 대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대기업에 비해 소량 구매를 하는 중소기업은 가격과 수량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필요 물량의 30% 정도밖에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 시급한 해외 주문량만 생산해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량 조달이 어려워 아예 생산라인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기업도 있다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한다.

 수출 주문은 계속 밀려오고 있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이 이를 거절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견 MP3플레이어 제조업체가 연말 해외수출을 사실상 포기할 정도로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부품을 확보하지 못해 밀려오는 수출 주문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 업체들이 개척하고 일군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자칫 우리 업체들의 주도권이 상실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에 따른 MP3플레이어 업계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나타난 문제가 아니다. 작년 이맘 때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는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올해 2분기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업체가 낸드플래시를 필요 물량의 80%까지 확보할 수 있었으나 3분기 들어 평균 60%대로 떨어진 데 이어 10월 이후에는 30%대로 절반 줄었다.

 원인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도체 제조업체의 관련 제품 생산라인 증설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디지털 기기의 융합화 추세로 MP3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휴대폰 등에 낸드플래시 채택이 늘어나면서 공급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5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업계 주문량의 절반밖에 공급하고 있지 못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수요가 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낸드플래시 부족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고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불투명한 경기로 반도체 업체들의 라인 증설이 쉽지 않고 당장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웃돈을 주고 비싼 값에라도 구입하고 싶지만 물량이 없을 뿐더러 구한다고 하더라도 그만큼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고 보면 한마디로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 당장에는 다른 부문의 원가 절감과 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이런 노력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미래 수요 예측을 통해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허둥대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세워 놓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소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관련 협회를 통해 공동 구매방안을 세우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어느 업체가 자기만 살겠다고 매점매석하거나 가격을 터무니없이 인상할 경우 관련업체가 모두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구득난을 틈타 이런 사재기나 공급단가 횡포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지 철저히 조사하고 적발 시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