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방송 시장이 하나로 융합되기 시작한 가운데 전통적인 유선방송 진영 사업자인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이 통신·방송 유선시장의 지형을 변화시킬 새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MSO들은 통신사업자들이 새 성장 동력을 찾기에 고심하는 가운데 통신사업자의 앞마당인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 ‘KT-하나로텔레콤’ 양강 구도를 ‘KT-MSO-중견 통신 사업자’ 경쟁 구도로 변화시켜 통신사업자의 최대 적수로 등장했다.
MSO 고위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이 유선시장 강자라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의 경쟁 상대는 거대 기업인 KT”라고 말했다.
◇명암 갈린 초고속인터넷시장=태광산업계열MSO·씨앤앰커뮤니케이션·CJ케이블넷·HCN·큐릭스·드림씨티방송·온미디어계열MSO 등 7대 MSO는 올해 매출에서 최대 69%의 성장을 기록한 반면, KT·하나로텔레콤 등 기존 통신 강자는 포화된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역풍을 그대로 떠안았다.
이들은 올해 초만 해도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협업 모델을 제외한 독자 가입자는 총 73만 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연말엔 158만 가구로 늘었으며 내년엔 205만 가구를 목표로 내걸었다. 반면 KT·하나로텔레콤·두루넷·온세통신 등 기존 통신사업자는 KT를 제외하고는 모두 줄어들었다. 파워콤이 새롭게 등장해 시장 잠식을 시작한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 MSO의 약진이 진행된 셈이다.
◇MSO의 힘과 노쇠한 중견 통신사업자=향후 유선망에서 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전화 등 3가지 서비스를 한꺼번에 가정에 제공하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격전을 눈앞에 둔 가운데 MSO가 중견 통신사업자보다 한발 앞서고 있다.
일례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씨앤앰커뮤니케이션은 내년 목표로 아날로그 케이블방송 210만 가구·디지털방송 10만 가구·초고속인터넷 50만 가구 확보를 내걸었다. KT를 제외한 나머지 통신사업자는 이미 수도권 지역에선 씨앤앰과의 세 대결에서 밀리는 상황을 눈 앞에 맞게 된 셈이다.
자본력에서도 MSO들이 중견 통신사업자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태광MSO의 배경에는 태광그룹이 있으며 CJ케이블넷의 뒤에는 CJ그룹이 버티고 있다. 일례로 올해 하나로텔레콤과 온세통신을 두고 매각설이 오가는 같은 시점에 CJ케이블넷은 외국에서 2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이끌어냈다. 투자자들의 눈에는 MSO가 더 매력적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전망=7대 MSO와 통신사업자 간 내년 격전은 3가지 주요 변수가 판도를 가를 전망이다.
우선, 7대 MSO의 아킬레스건인 디지털 전환이다. MSO들은 디지털방송 상용화를 진행하며 가입자 한 가구 확보당 10만원 적자를 감내하는 형편이다. 중저가 전략을 고집하기엔 디지털방송 투자부담이 너무 크다. 따라서 MSO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느냐가 포인트인 셈.
두 번째는 MSO 간 인수합병. 이미 시장에선 ‘빅4’를 중심으로 중견 MSO와 개별 SO를 다시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다. 빅4가 다시 한 번 규모를 키우면 확연하게 중견 통신사업자 규모를 어설 전망이다.
마지막 최대 변수는 IPTV 진입 여부다. 방송 사업자들이 통신시장에서 돌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통신사업자들이 역으로 방송에 진출할 경우 시장 상황은 다시 한 번 흔들릴 전망이다. 그러나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MSO의 무기는 무엇보다 가격 공세”라면서 “가격 때문에 영업 일선에서 밀리는 상황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전문가는 “MSO들이 내년에도 올해만큼 급성장을 기록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MSO들이 중견 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KT를 위협할 수준까지 성장한 것은 전체 통신·방송 시장 판도의 새 변수”라고 지적했다.
성호철·손재권기자@전자신문, hcsung·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