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개인정보 유출, 해법을 논할 때](https://img.etnews.com/photonews/0603/060313020036b.jpg)
최근 미국에서 온라인 정보의 가치를 계산하는 한 기관이 개인정보를 돈으로 환산한 자료를 발표했다. 비록 우리나라와는 개인정보 구성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사회보장번호가 8달러, 생년월일이 2달러, 주소와 전화번호가 각각 50센트와 25센트, 휴대폰 번호가 10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하게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의 가치를 계산해 보면 대략 10달러다. 물론 이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들 사이에 거래되는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일 뿐 ‘진정한 가치’는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처럼 주민등록번호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나라에서 주민등록번호의 ‘가치’는 엄청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오래 전부터지만 최근 유출된 개인정보가 한 게임사이트의 명의도용 수법으로 악용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업체를 포함한 주요 기업은 작년에 개인정보보호 전반에 대해 관련 부처의 실사를 받았고, 몇 가지 시정권고 외에는 합격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게임업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큰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단일 게임으로 12개국에 2000만달러(로열티 포함시 2억달러)라는 경이적인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게임산업이 왜 이번 사태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유출된 개인정보가 게임 이용을 위한 회원 가입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 원인은 개인정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은 우리의 ‘둔감함’에 있다. 수년 전부터 개인정보가 여러 경로를 통해 유출되고, 몇몇 보안이 허술한 곳에서는 검색엔진을 통해서도 개인정보 열람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한 명의 인터넷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가입한 사이트의 수는 얼마나 될까. 게다가 오프라인상에서 수집되는 주민번호 등의 개인정보까지 합하면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책이라고 내놔봐야 언제나 임시방편에 그쳤을 뿐 근본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개인정보 유출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국민 네다섯당 1명꼴로 인터넷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파악하는 숫자는 200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의 개인정보 유출의 실태다.
출생신고 때 부여받는 주민등록번호는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관공서에 제출하는 서류와 각종 증빙 서류 발급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고객등록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런 현실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특정기업이나 산업의 문제로 한정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사태가 발생하면 당사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듯 의기양양하다는 점이다.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본인확인 절차 강화만을 강조하면 온라인 이용자 수는 당연히 급감하고 정보격차도 확대된다. 이는 결국 IT산업 미래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관이 합심해 이용자 이익과 편의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산업도 위축시키지 않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김영만 게임협회장·한빛소프트 대표 ymkim@hanbit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