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출연연구기관 등에서 선임급 이상 경력을 쌓고 퇴직한 과학기술자 100명을 ‘테크노 닥터’로 선정해 중소기업 애로기술 해결사로 투입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상당하다. 이들에게 1인당 월 200만여원을 최장 3년간 지원하며 이들을 계속 활용할지는 해당 기업이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자리가 없어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퇴직 과학기술자를 대상으로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에 이견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령화가 급진전되는 요즘 정부가 전문 분야의 퇴직인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과학기술부는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쳐 6월 안에 테크노 닥터 풀을 만들어 9월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테크노 닥터는 주 2일 이상 기업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기업의 애로기술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미 원로과학기술인활용지원사업을 통해 활동중인 퇴직과학는 이번 ‘테크노 닥터’ 사업에서 배제된다.
이 제도는 참여정부의 국정 목표인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현’과도 흐름이 같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IT나 과기 분야는 획기적인 조치가 많았다. 청와대에 과학기술정보보좌관을 신설했고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과기부총리제도 도입했다. 과기부총리의 권한을 강화해 과기 분야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미시경제를 총괄하게 했다. 또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총괄 조정할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설치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퇴직 과학기술자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중소기업 생산현장에 투입하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퇴직한 전문가를 재활용하면 노인층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께면 고령사회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고령인력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IMF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면서 대부분 정년이 단축됐고 특히 연구기관의 전문인력이 조기 퇴직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앞으로 이 제도가 실질적인 중소기업 도우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알차게 운용해야 한다. 도입기에 퇴직 과학기술자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해 해당 중소기업이 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의 하나 퇴직 과학기술자들에게 시간 보내기 식으로 중소기업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형식적인 제도가 되지 않도록 대상자를 엄격히 선정해야 한다. 기업을 대상으로 꼭 필요한 기술 분야가 무엇인지 사전에 수요를 파악해 기업의 기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인물을 파견해야 한다. 또 파견된 퇴직과학자는 초심으로 돌아가 기업의 애로기술을 책임지고 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분야 기술을 기업과 국가 발전을 위해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해야 후배 과학기술인이나 이공계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또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사회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정부는 이들이 현장지도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상시로 해당 기업에 기술조언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는 업무를 통합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좋은 성과가 나와야 퇴직 과학기술인력을 더 늘려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퇴직 과학기술자들의 암묵적 지식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지다. 유능한 퇴직 과학기술자를 잘 활용하면 기업경쟁력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기업들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 제도의 성패는 퇴직 과학기술자들의 열의와 노력 그리고 이를 잘 활용하는 중소기업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