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전화 포함 여부는 결합상품 고시 제정의 뇌관.’
결합상품 고시 제정을 둘러싼 논의가 29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최한 ‘결합판매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기점으로 마침내 닻을 올렸다. 서울 양재동 KISDI 본원에서 열린 이날 공청회는 그러나 ‘KT 시내전화의 결합상품 포함 및 규제 완화’ 논의로 착각할 만큼 ‘KT(지배적사업자) 대 비KT진영’ 간 대립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학계측 토론자들은 사후 규제를 통한 해결방안을 제시, 지배적 사업자를 겨냥한 규제 및 인가 정책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변했음을 보여줬다.
◇시내전화 포함 최대 이슈=발제를 맡은 KISDI의 김희수 박사는 해외사례를 들어 경쟁법 위반 가능성이 큰, 즉 지배적 역무인 시내전화를 묶는 순수결합 판매는 일단 금지하거나 강력한 장치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자들은 “KT 지배력 전이를 방지할 장치는 만들어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결합상품 범위를 시내전화까지 포함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서울대 이상승 교수는 “점유율만 보자면 시내전화를 결합상품에 묶는 것은 문제지만, 유무선 대체나 LG텔레콤의 기분존과 같은 상품 등장 등 변화된 시장을 고려할 때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YMCA 김종남 간사도 “가장 많이 쓰는 상품을 결합상품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견해와 달리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데이콤 등 사업자들은 “어떤 장치를 두어도 KT의 시내전화 지배력이 전이될 게 자명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동등결합과 요금할인 폭은=제도 도입에서 쟁점은 역시 동등결합 문제였다. 동등접근성 보장은 선발 혹은 독점 사업자에 비해 제품 구성력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해 경쟁제한적 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인터넷전화(VoIP)를 시내전화 대체 상품으로 본다면 동등접근에 대한 시각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KT 박원상 상무는 “대체상품이 있다면 동등접근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등 지배적 사업자의 의무를 최소화해야 결합상품 규제 완화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 정태철 상무는 “동등접근에서 할인 폭, 사후서비스, 요금부과주체, 이용자 정보제공 등 현실적인 사안이 중요하다”며 “동등접근의 제도를 어떻게 만들든 간에 ‘타임 투 마켓’ 차원에서 나머지 사업자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규제철학 변화의 바로미터=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허용 여부는 그동안 단일 역무에 대한 규제나 인가사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 정책 등과 비교할 때 다소 모순된 측면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KT의 원폰(시내전화+KTF PCS) 사업 중단이 결합상품 허용의 선결요건”이라는 주장이나 “KT그룹 전체의 지배력이 높아진다”는 견해 역시 이런 맥락이다.
정통부의 조경식 통신경쟁정책팀장은 “지배적 사업자도 요금할인이 포함된 결합상품을 허용한다는 대원칙은 세워져 있다”며 “인가 업무(시내전화)를 결합할 경우 사전규제를 통해, 와이브로와 같은 신규서비스 결합상품은 사후 규제를 통해 관리·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팀장은 이와 함께 “현재 규제 정책에 관련된 새로운 로드맵과 결합상품 고시는 동일선상에 있는 문제”라며 “단기적으로는 결합을 통해 업계 전반적으로 매출이 감소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해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