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은 지금 컨버전스 물결에 휩싸여 있다. 통신과 가전이 만나고, 이종 디지털기기의 결합이 급류를 타고 있다.
홈네트워크와 셋톱박스 산업은 이 같은 조류를 주도하는 ‘신 성장 동력’이다. 유·무선 네트워크와 정보가전이 어우러진 융합산업의 첫 번째 결실이 이들 산업을 통해 서서히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홈네트워크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처녀지다. 개념이 등장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홈네트워크 기술과 산업은 이제 막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홈네트워크 관련 기기가 하나 둘 상용화되면서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홈네트크 아파트 인증제를 추진, 시장 활성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셋톱박스는 홈네트워크와 연관된 산업이다. 지금까지 가정의 방송 송·수신에 국한된 셋톱박스는 컨버전스 바람을 타고 홈네트워크 서버로도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톱박스 시장은 최근 통신과 방송환경의 급변에 따라 폭발적인 교체 수요로 그야말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홈네트워크에 글로벌 기업 군침=홈네트워크는 단순히 ‘가정 내 정보기기 간 네트워크를 통한 데이터 공유 환경’에서부터 ‘정보기기 간 통합과 운용을 통한 전반적인 산업과 사업’까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현재 업계가 추진하는 홈네트워크 시범서비스는 원격진료·방범·가정 내 정보단말기를 제어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유료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시장 형성은 더딘 반면에 관련 산업에 대한 미래 전망은 다른 어떤 산업에 비해 뒤지지 않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사,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업계 등 각 산업군의 기업들이 홈네트워크 기술개발과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인텔·마이크로소프트·HP 등 글로벌 업계를 포함해 소니·마쓰시타·미쓰비시 등 일본기업, 필립스·노키아 등 유럽기업들도 기술표준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숨가쁘게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홈네트워크 시장이 갖고 있는 폭발력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이 내년이면 1026억달러(약 1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 연평균 19%가량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0년에는 162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도 홈네트워크 인증제가 본격화되는 내년 약 11조8000억원, 2010년 약 23조4500억원에 달하는 황금어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리플 호재 맞은 셋톱박스=셋톱박스 시장은 올해 말부터 최대 호황기에 진입한다. 방송의 HD 전환, 통신과 방송이 결합한 IPTV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독일월드컵을 거치면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HD방송은 내년을 기점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영국 BBC, 이탈리아 라이에 등 유럽 주요 방송사들이 HD 시범방송에 돌입했고, 지상파는 물론 위성방송사로도 확산될 움직임이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 3대 방송전시회 IBC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휴맥스·홈캐스트·가온미디어 등 MPEG4 기반 HD셋톱박스를 선보인 국내 업체들의 전시부스에는 유럽 방송사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 제품 구매를 타진했다.
여기에 아날로그 방송을 고수해온 케이블방송이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디지털 셋톱박스의 교체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1400만 가구에 달하는 케이블 가입자를 2010년까지 디지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제3의 방송으로 떠오른 IPTV도 셋톱박스업계의 새로운 ‘황금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가 개국하고, KT도 연말부터 IPTV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이외에도 LG파워콤 등 다른 통신사도 필드테스트를 준비하는 등 IPTV 서비스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셋톱박스 업체들의 수주랠리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TV’에 IP셋톱박스를 독점 공급하는 셀런은 올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무려 280%나 늘어난 9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휴맥스·홈캐스트·가온미디어 등도 하반기 대형 수주 프로젝트 매출이 집중되면서 상반기보다 최고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지상파, 위성, 케이블 등 방송 채널마다 일제히 방송품질이 높아지면서 셋톱박스 교체 수요 수주랠리는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여기에 통신과 방송이 결합된 새로운 방송서비스의 등장으로 셋톱박스 업계는 사상 유례없는 수주랠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