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격차 해소 성공사례를 찾아서](5)부산장애인재활지원센터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보통은 장애인의 불편한 몸을 떠올리면서 장애인을 위한 각종 도구 또는 시설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장애인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지금 장애인은 장애인을 위해 만든 시설이나 장애인만의 영역에서 벗어나 일반인과 똑같이 함께 어울려 ‘일하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정보화 교육을 통해 원하는 일자리를 찾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곳, 부산장애인재활지원센터를 찾았다.

 부산시 동구 교총회관 1층에 자리잡은 이곳에 처음 온 사람들은 재활치료 및 운동기구로 꽉 찬 곳이라 생각하기 쉽상이다. 하지만 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정보화교육장이라 이름붙은 자그마한 교육 공간이다. 7∼8평 남짓한 공간에 두 줄로 놓인 책상에서 너댓명의 장애인이 모니터와 키보드를 연신 위아래로 훑으며 무언가 열심히 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협력을 위한 각료들의 협의기구가 무엇인가’라는 연습 문제를 풀기 위해 포털 검색창을 열고 찾는 중이다.

 “여기서 이게 왜 나오는 거야?” “아! 됐다” 등 이따금 푸념섞인 소리와 탄성이 나온다. 설호석 지원센터 과장은 곧 열릴 장애인 정보화대제전 인터넷검색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 중인 사람들라며 “강사들이 맨투맨으로 옆에 붙어 있어서 모르면 즉시 도움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화교육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개방형으로 운영된다. 장애인이면 누구나 찾아와 배우고 싶은 것, 묻고 싶은 것, 몰랐던 것을 그 자리에서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짜여진 커리큘럼이나 반 배정, 완성 코스 등 일반 학원의 형식적인 틀이 전혀 없다. 이것이 오히려 장애인들의 배움의 욕구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 초보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장애인까지 누구든 해당 수준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교육장에는 봉사를 자원한 정보요원단이 상주해 장애인 교육을 돕는다. 과거 개별적인 봉사활동을 벌이던 이들은 지난 2002년 정보요원단이란 이름 아래 조직의 틀을 갖추고 주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집을 직접 방문해 PC 사용법 등 무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곳 장애인들에게는 천사같은 존재다.

 재활지원센터와 정보요원단의 목표는 장애인의 취업에 맞춰져 있다. 손기식 부산장애인재활협회 부장은 “장애인이 실제로 가장 원하는 것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삶이고 이를 위해서는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뭔가를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을 때 장애인들은 가장 활기차고 명랑해진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은 장애인은 매년 열리는 부산장애인정보화대제전에서 기량을 겨루며 새로운 교육 열기를 고취시켜 나간다. 강의실 교육에 그치지 않고 외부 지역 행사와 연계해 장애인 정보화 교육의 양적 질적 확대를 추구하고 있는 성공사례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부산장애인정보화대제전은 지역 장애인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한편, 경쟁 종목에서 입상한 여러 장애인들이 비장애인 못지않은 주목을 끌며 취업에도 성공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행사로 안착했다.

 교육장에서 만난 정신지체 장애인 최은숙씨(46)는 3년 전 이곳을 찾아 처음 PC를 접했고 현재는 같은 장애인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 중이다. 현재 정보검색 3급, 문서작성능력 C급 자격을 갖고 있다는 그녀는 “몇 년간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집에만 있었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곳을 찾았고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는데 어느새 정보화 교육에 재미를 붙여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해맑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는 “‘최은숙씨, 정말 많이 늘었다, 많이 발전했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다”며 “(장애인들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번 해보자 하고 찾아오면 어느새 자유롭게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고 워드를 활용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 말했다.

◆정보요원단

 부산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의 숨은 일꾼은 바로 정보요원단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장애인 봉사에 뜻을 둔 대학생과 일반인들의 개별적인 활동에서 시작한 이들의 아름다운 선행은 지난 2002년부터 ‘정보요원단’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조직의 틀을 갖춘 이유는 부산장애인재활협회와 연계해 장애인 봉사 약속 시간을 정하고, 멘토식의 집중적이고 정기적인 봉사로 정보격차 해소 활동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활동 인원은 80여명. 매년 얼굴이 바뀌지만 봉사 지원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재활협회 관계자는 귀띔한다.

 이들은 주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직접 방문해 PC 이용에 필요한 각종 지식을 전달한다. 많게는 일주일에 3번씩, 적게는 한 번씩 해당 장애인의 집을 찾아 펼치는 방문 봉사활동은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활동 중에서도 시간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어렵고 힘든 분야다.

 더구나 자원봉사 활동이기에 어떤 보수나 대가도 받지 않는다. 지난해 정보요원단의 장애인 방문 봉사활동 횟수는 총 800회가 넘었다.

 매년 초 발대식 행사를 치르고 공식 활동에 들어가지만 어느 누구의 이름도 드러나 있지 않은, 말 그대로 숨은 천사들이다.

◆인터뷰-남일성 KT부산본부장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정보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장애인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PC 사용 능력을 키워 인터넷 접근성을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애인의 수준과 요구에 맞는 교육으로 장애인 정보 이용을 촉진토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일성 KT부산본부장은 PC와 인터넷에 관한 장애인의 이용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섬세한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 활동이 장애인 취업으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랐다.

 “KT와 함께하는 부산장애인정보화대제전에 여러 번 출전해 온 한 장애인이 지난해 부산시 관련 기관에 취직했다는 말을 듣고 매우 뿌듯했다”는 남 본부장은 “장애인정보화대제전이 단순 IT대회를 넘어 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KT부산본부는 부산시 장애인재활협회를 비롯해 장애인정보화협회 등 장애인 관련 단체와 시설에 매년 PC 기증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KT의 IT봉사활동 전담 조직으로서 정보 소외계층에 인터넷과 IT기기 활용을 지원하고 맞춤형 IT교육을 실시하는 IT서포터즈도 부산·울산·경남에만 50명이 활동 중이다.

 “초고속인터넷을 비롯해 IT강국으로 자리매김한 우리나라지만 장애인의 정보화 수준 및 지원 내용을 보면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편입니다. 장애인이 정보화로부터 소외될수록 빈부격차도 커져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그는 “장애인을 위한 IT교육 전문 인력 양성, IT기기와 콘텐츠 발굴, 이를 통한 장애인 취업 확대 등 장애인을 따뜻한 정보화 세상으로 이끌기 위해 정부, 공공기관, 기업이 나서서 협력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