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사이언스지 7월호는 ‘세계 이공계 대학교육’이란 특집에서 한국의 이공계 진학기피와 신입생의 학력저하 현상을 보도한 바 있다. 일본은 인문계 학생에게도 실험실에서 유전자(DNA) 분석실험을 하는 등 과학과 다른 분야의 융합을 강조하는 데 비해 한국은 고교생 3분의 2가 과학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한다고 꼬집었다.
과학교육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공계 신입생의 상당수는 미적분을 제대로 모르고 입학을 하고 있다. 연초 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가 전국 20개 대학의 이공계 신입생 976명에게 중·고등학교 수준의 주관식 수학문제를 풀게 한 결과 평균 48.8점에 그쳤다.
이공계 학생의 양적 이탈 또한 심각하다. 수능 응시자 중 이공계 지원자는 1999년 28만3천명에서 작년에는 20만8천명으로 7년간 27%나 감소했다. 이공계 신입생의 만족도 역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주요대학 8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1%가 전공을 바꿀 생각을 했거나 변경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의사(26%), 한의사(12%), 공무원(11%), 치과의사(10%)로 의사가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21세기 기업경영은 그간의 요소 투입형 성장에서 지식과 기술이 체화된 사람중심의 성장전략으로 바뀌는 추세며 이는 국가 간, 기업 간 인재확보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인재양성을 위한 고등교육의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교육부 산하에 고등교육 미래위원회를 설치했고 민주당은 아메리칸 드림 전략의 일환으로 만학 지원과 고등교육 투자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영국의 브라운 수상은 취임 후 첫 작품으로 공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 교육투자를 확대하고 수학·과학 등 주요 과목의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은 2001년 마련한 도야마플랜에 따라 국립대학의 개혁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는 이공계 인력의 장학제도를 확충하는 한편, 산학협력중심대학을 지정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대학 역시 글로벌화 차원에서 외국인 교수 채용을 확대하고 영어 진행 강좌를 늘리고 있다. 기업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산학협력단을 설치하거나 커리큘럼을 재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교육에 투자해 인재양성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을 뚫고 선진국으로 도약함이 관건이 된다는 점에서 이공계 인재양성을 위한 노력은 보다 체계적이고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몇 가지가 더 추진돼야 한다.
첫째, 이공계 진학의 유인책이 대폭 보강돼야 한다. 첨단기술 산업이 국가발전에 기관차 역할을 해내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등록금 대비 3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공계 학생에게 장학금을 100%로 확대하고 생활비까지 지원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가적으로 중요성이 크지만 젊은이의 기피현상이 심한 기계공학이나 원자력공학 등은 장학제도를 우선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둘째, 이공계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할 때 차별적 요인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취업은 물론이고 교육훈련과 승진에서 이공계 출신이 대우받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기술상 또는 공학인상 등의 제정으로 엔지니어가 우대받는 사회풍토도 조성해야 한다.
셋째, 특히 중·고교 교과과정에 수학·물리 등의 기초교육을 보강하고 이를 전공한 교사나 인력이 대우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빌 게이츠 재단과 같이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출연해 이공계 및 기초교육을 위한 재단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공고와 전문대학 그리고 공과대학 간 학제를 연계해 고등학교 졸업생이 일정기간 현장에 근무하다가 전문대학이나 공과대학에 진학할 때 수업료 면제는 물론이고 생활비의 일부까지 지원할 수 있는 평생교육 체제를 갖춰야 한다.
얼마 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반도체연구소 책임자가 입원했는데 지역 내 공무원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유력인사들까지 나서 문병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수학·과학·공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미국이 기술혁신에서 우위를 지킬 수 없다”고 했다. 젊은이가 이공계를 기피하고 과학기술인이 설 땅이 좁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며 금과옥조라 하겠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 heebl@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