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IT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월요논단]IT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의 블랙홀이라면 IT서비스산업의 블랙홀은 인도다. 인도의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 관련 수출액은 3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앞으로 수년 내 미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 약 20만명이 인도 때문에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인도 IT단지인 벵갈루루에서 인도를 대표하는 기업과 미팅을 마치고 나서 받은 느낌은 눈앞이 캄캄할 정도의 암울함과 살아남아야겠다는 절박함이었다.

 인도의 대표적인 기업 인포시스는 지난해 매출 31억달러에 순이익이 8억5000만달러를 달성했고 순이익률이 무려 30%에 육박한다. 지난 5년간 평균 46%대의 초고속 성장과 매출의 95% 이상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이다. 지금도 외국 바이어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3D에 하나 더 붙여서 4D업종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유행해 왔다. 빠듯한 프로젝트 일정에 주말도 없이 밤새우는 일이 다반사인데다 이른바 맨먼스(Man-Month) 계약으로 고급인력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소프트웨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아 이익은 고사하고 적자를 면하기만 해도 좋겠다는 푸념 섞인 말이 나온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10년 동안 대학에 오는 우수한 학생은 점점 줄고 박사과정은 지원자가 없어 미달하기 일쑤라 한다.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산업은 그 자체로 만들어내는 지식재산·고용·수출 등 가치 창출도 중요하지만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책임지고 있는 인프라이자 동맥이다. IT서비스 발전 없이 전자정부·금융·제조·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있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산업을 국가의 핵심산업으로 지정하고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면 된다.

 첫째, 업계 스스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인재를 양성하고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일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한정된 국내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열악한 환경을 탓할 것이 아니라 핵심인력을 양성하고 글로벌 프로세스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고객의 요구조건 분석·설계·개발·테스트를 제대로 된 문서도 없는 개발 프로세스와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는 글로벌시장에 도전할 수 없다.

 둘째, 법과 제도가 지속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발주자가 정부이건 민간기업이건 대부분의 IT프로젝트는 총액계약이면서 동시에 투입되는 인력의 질과 양을 요구하고 있다. 발주자로서는 양날의 칼을 가졌지만 사업자는 옴짝달싹할 수 없다. 프로젝트 기간에 요구사항이 평균 38%나 증가한다고 한다. 요건정의·설계·테스트를 상황에 맞게 시간급과 총액계약으로 혼합해 한다면 현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정규모 이상의 프로젝트는 객관적인 제3의 프로젝트 관리자를 의무화하고 발주자와 사업자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셋째, 고객이 바뀌어야 한다. 고객도 요구사항을 문서로 정리해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IT프로젝트는 상황에 따라서 늘 바뀌게 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경에 따른 불이익을 사업자가 책임지게 되어 있는 구조다.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고객의 실무진은 예산이나 회계제도 등을 이유로 그 책임을 사업자에게 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 세계 IT와 연관된 아웃소싱 서비스 시장규모는 4500억달러라고 한다. 이 중에서 15%는 이미 인도·동유럽·동남아·중국에서 오프쇼어(off-shore)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무궁 무진한 금맥이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IT서비스산업을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비전과 열정으로 산학이 뭉쳐 새로운 IT서비스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윤석경 SK C&C사장 President@sk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