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ase Study-LG전자 글로벌 ERP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LG전자 글로벌 ERP 구축 배경과 기대 효과

LG전자가 글로벌 경영체제 확립 및 강화를 위해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7월 완료 예정인 글로벌 ERP는 LG전자 한국 본사를 포함해 전세계 83개 법인을 대상으로 한다. LG전자는 글로벌 ERP 구축으로 서울에서 전세계 법인들의 재무 흐름과 자원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전세계 LG전자 법인들이 일관된 원칙 아래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전 세계 법인들이 단일 애플리케이션에 의지하는 만큼 글로벌 ERP 시스템의 안정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LG전자 ERP 추진실은 ERP 시스템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장애 예방과 대처 방안을 마련해 업무 연속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서울 문래동 LG전자 강서빌딩 5층. 전 세계 수십개 법인의 재무 흐름과 경영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LG전자의 글로벌 ERP 프로젝트를 위해 400여명의 정예 인력이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내년 7월 최종 완료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ERP 시스템 구축 작업은 남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해외 법인 ERP 확산 구축과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현재까지 국내 본사와 해외 법인 통틀어 41개 법인에 글로벌 ERP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으며 올해까지 60개, 내년 7월까지 총 83개 해외법인을 글로벌 ERP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의 글로벌 ERP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노재표 LG전자 ERP 추진실 상무는 “가장 좋은 프로세스를 빠르게 전 세계 법인으로 확산하기 위해 글로벌 ERP를 구축하게 됐다”며 “단일화된 기준과 프로세스로 업무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베스트 프로세스의 전세계 법인 적용 목표=글로벌 ERP 구축의 가장 큰 동기는 2004년도부터 시작된 LG전자의 전사 프로세스 혁신 활동이다. 당시 CFO였던 권영수 상무(현 LG디스플레이 대표)가 직접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하며 프로세스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변화된 프로세스를 해외 법인에도 적용하려 했는데 개선된 프로세스를 지원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3∼4개월이 소요되곤 했다. 혁신 프로세스를 전 세계 동시 적용하기 위해선 전 세계적으로 단일화·표준화된 IT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했다. 이런 필요성 때문에 1년 반 이상의 프로세스 혁신 활동이 무르익은 2005년 말, LG전자는 글로벌 ERP 구축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글로벌 ERP 구축 프로젝트를 위해 LG전자는 사내 각 부서와 LG CNS 등에서 인력을 추출해 문래동 강서빌딩에 ERP 추진실을 조직했다. 생산, 영업, 구매, 서비스, PMO 등 5개 조직으로 이뤄진 ERP 추진실은 2006년부터 ERP를 위한 프로세스 개선활동과 기준 정보 표준화 작업을 수행하고 이어 국내 본사와 해외 법인에 대한 글로벌 ERP 동시 구축에 돌입했다. 초기 1년 반 동안에는 오라클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개발에 많은 인적 자원을 투입했으며 개발 인력까지 포함해 최대 650명의 인력이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개발된 시스템의 해외 적용 확산과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 ERP 추진실은 ERP 구축에 앞서 프로세스 분석을 통해 전사 1400여 개 업무 프로세스를 도출해냈다. 이어 IT 시스템으로 지원 가능한 800여 프로세스를 추려내고 이 중 글로벌 ERP로 구현할 수 있는 416개 프로세스를 확정했다. 또 이 프로세스에 따른 5700개의 업무(activity) 중 중복되거나 거의 사용되지 않는 업무를 제거했다. 그 결과 전체 업무 행위가 20% 이상 감소됐다. 더불어 전 세계 법인에서 사용하는 각기 다른 업무 코드와 용어의 표준화 작업도 진행했다.

◇SOA 기반 글로벌 ERP 안정화에 총력=글로벌 ERP 구축은 단일화된 프로세스와 이를 지원하는 최적화된 IT 인프라로 LG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에서 시작됐지만, 전 업무에 걸쳐 혁신이 동반되는 작업인 만큼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해 1월 처음으로 ERP 가동에 돌입한 한국과 호주의 경우 예상치 못했던 기술 문제가 터지기도 했다.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기반으로 타 시스템과 글로벌 ERP의 연동을 설계했는데, ERP 가동 후 시스템과 데이터의 실시간 연동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또 공장 생산계획 시스템과 각 사업부 로직의 일률적 연계로 제품별로 특화돼야 할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불거짐에 따라 당초 4월로 예정했던 5개 해외 법인의 파일럿 시스템 오픈은 8월로 연기됐고 LG전자 ERP 추진실은 안정화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노 상무는 “GSI ERP 오픈 후 장애가 발생하면 그 파급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GSI ERP의 안정성을 담보해야 효과도 최대화할 수 있기에 현재까지도 시스템 장애 예방과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세스 혁신과 글로벌 ERP 구축 프로젝트에서 변화관리의 핵심은 전사적 공감대 형성이었다. 글로벌 ERP 구축에 따른 현업의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ERP 구축 이후 ‘오히려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서버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 대표적 불평이었다.

노 상무는 “전사 관점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개인 업무 환경이 변화되고 편이성이 더러 떨어지기도 해 직원들의 불만이 있었다”면서 “적절한 통제가 전사적으로 더 나은 업무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변화관리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 시스템 구축 기간 내내 내부 사원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들고 사용자간 사례 공유회를 열어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LG전자 ERP 추진실은 글로벌 ERP 시스템의 품질 유지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버전관리시스템, 개발관리시스템, 품질관리시스템, 사용자테스트 등 다양한 시스템들을 마련해 글로벌 ERP 애플리케이션의 고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또 개발 표준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작성 및 교육하는 한편 애플리케이션 개발 조직과 테스트 조직을 분리해 객관적 품질 점검이 가능하도록 했다.

글로벌 ERP 구축의 가장 큰 효과는 본사와 사업본부 및 해외 법인 간 종단간(엔드 투 엔드) 프로세스를 완성해 글로벌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연결 결산 일정은 기존 6일에서 4일로 단축됐으며, 업무 공통 용어를 사용함에 따라 지역간, 법인간 업무 의사소통도 원활해졌다. 또한 글로벌 표준 프로세스를 적용함으로써 전세계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신속한 전사 대응이 가능해졌다.

◆LG전자 ERP추진실 역활은

LG전자의 ERP 추진실은 글로벌 ERP 시스템의 장애로 인한 업무 중단을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세계 전사 업무에 걸쳐 있는 ERP 시스템인만큼 비즈니스에 타격을 입힐 위험요소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GSI ERP 시스템 운영의 핵심 과제라고 판단해서다.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업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 대한 관리를 가장 중요한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무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을 마련해 갑작스런 시스템 중단에 대한 대응 체계를 짜기도 했다. 백업 시스템마저 작동이 안되거나 2일 연속으로 시스템 가동이 정지될 경우 중요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시스템 없이 수작업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비상상황 매뉴얼을 만든 것이다.

LG전자는 전사 업무에 걸쳐 △생산부문(생산을 위한 자재 입출고, 공장 상품 출하, 재무·대금지불) △영업부문(유통채널 및 파트너 주문, 제품 출하업무, 입고처리) △서비스(콜센터 상담·접수, 서비스 자재주문 및 입고) 등 위험도가 큰 8개 업무를 선정하고 프로세스 로드맵을 상세히 그렸다.

노재표 LG전자 상무는 “시스템 장애가 생길 경우 인지 경로와 의사결정 방법, 비상연락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한 것”이라며 “시스템 재가동 후 수작업 업무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미들웨어 등의 문제로 시스템 장애가 유발될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가동일을 기준으로 10일 전부터 가동에 돌입한 10일 후까지 ERP 오픈과 관련해 진행해야 할 20일간의 업무를 모두 시스템에 등록하고 관리해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하고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다. 이 사례는 LG디스플레이에서도 벤치마킹 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위험 요소의 최소화를 위해 시스템 수정 주기도 2주에 한 번으로 고정시켰다. 매일 혹은 수시로 시스템을 수정하면 안정성이 떨어지고 또다른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2주간 수정 요청 사항을 모아서 한 달에 두 번씩 시스템에 반영한다. 시스템 수정은 시스템 접속이 가장 뜸한 일요일 야간에 진행된다. 노 상무는 “직원들이 처음엔 불편해 하더니 이제는 익숙해졌다”며 “시스템 수정에 대한 여러 단계의 사전 검증을 거칠 수 있어 보다 안정화된 시스템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재표 ERP 추진실 상무

--GSI ERP 구축에 있어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고, 또 어떻게 극복했나.

▲시스템 장애를 예방하고 품질관리 수준을 높이려 했으나 투입 인원의 경험 편차가 걸림돌이었다. 사람에 따라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차이가 발생했다. 이를 위해 개발자를 위한 표준 지침을 만들어 관리하는 개발관리시스템, 품질관리시스템 등을 적용해 눈에 보이는 관리 방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점은 현업의 변화관리였다. 글로벌 ERP 추진의 타당성에 대한 공감이 필요했다. 또 법인별 특정 거래선과 3PL 업체별 EDI 등 특징적 사항을 고려해가면서 표준화를 도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해외 법인의 현지 IT 담당 인력이 충분치 않아 거점별 근접 법인 인력을 모아 진행하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전문영역에 대해 깊이있는 이해가 중요했는데 적은 인력으로 해외 법인 ERP 구축을 적용하다보니 최근에는 한 사람이 보다 넓은 직무 역량을 갖추는 것이 더 필요해지기도 했다.

--SOA 개념을 적용한 웹서비스 기술은 어떻게 도입했나.

▲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표준 웹서비스 기술을 도입했다. ERP 본격 구축 이전부터 웹서비스 적용 기술을 표준화하고 프레임워크를 마련해 신속한 서비스 개발과 표준 확산을 도모했다. 웹서비스 기술 적용으로 관리와 모니터링이 용이하고 하루 평균 200만건 이상의 트랜잭션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실시간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시스템 중 1300개의 DB링크를 800개의 웹서비스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SOA 기반 웹서비스가 개념은 뛰어나지만 처음 적용하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았다. 특히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한계가 있었다.

--프로세스 혁신은 어떻게 추진했나.

▲ 2004년부터 현재(As-Is)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혁신 과제를 도출, 선정한 이후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추진해 왔다. 프로세스 운영 지표를 한 눈에 보여주는 임원용 MPRB(Mega Process Review Board)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접 해당 프로세스를 관리하도록 오너십을 부여했다. 또 CFO가 프로세스를 직접 리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운영해 경영진과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현재 남용 부회장 등 경영진은 하향식 하달보다 상향식 제안을 강조한다. 특히 업무 프로세스에 장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시스템 안정성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 지금까지 통합에 치중해왔다면 이제 실질적인 경영 효과를 내기 위한 고민을 할 때다. 아무리 많은 정보라도 활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ERP 시스템 구축 완료 후에 실무 및 경영진을 위해 경영 예측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분석 툴을 제공하고자 한다. 아직 계획 경영을 위한 제대로 된 IT 솔루션이 없다. 이를 제공해 경영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확산하고 있는 글로벌 ERP의 안정화와 추가 확산은 내년 중반까지 완수할 것이다. 또 GSI ERP의 LG전자 구축을 완료한 이후에는 계열사 등으로 시스템 구축을 확산할 계획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