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만 의회가 중국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비준했다. 양안을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차이완 파워`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투자보장과 서비스 협정 등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관세 감면과 서비스 시장 개방은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양안 경제 동맹 출범은 한국은 물론 일본도 위협할 사건임에 분명하다. 다소 과장을 섞자면 거대 중국 시장을 대만에 내줄 수도 있다. 한국의 수출 주력이자 대만과 경쟁하고 있는 반도체 · 디스플레이 · 휴대폰 · 광케이블 · 석유화학 산업 등이 위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차이완 동맹의 파급력은 적어도 첨단 IT 산업 분야에선 양국 교역량이나 관세감면 효과 등 예측 가능한 수치의 문제가 아닐 듯 싶다. 또한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비교적 현지화 전략에 성공했던 터라 대만의 상대적 혜택도 덜할 것으로 짐작된다.
첨단 IT 산업 측면에서는 양안 협력이 지닌 위협의 실체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자는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안 경제협력의 핵심은 중국이 대만이라는 `협상 카드`를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첨단 기술 산업에서 한국과 일본에만 의존해왔던 중국으로선 대만을 내세워 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됐다. 당장 반도체 · LCD · 발광다이오드(LED) 등 소자산업만 놓고 보자. 글로벌 금융 위기전까지만 해도 대만은 이들 산업 분야에서 근소한 기술력 격차로 한국 · 일본과 경쟁해왔다. 이제 G2의 경제력과 더불어 첨단 산업을 내재화하려는 중국에게는 대만의 기술력이 한국 · 일본을 상대할 새로운 협상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굳이 한일이 아니더라도 대안이 있다는 식의 협상 전략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향후 중국의 행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말부터 지리하게 끌고 있는 대면적 LCD 패널 라인 선정 작업이 단적인 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의 LCD 패널 업체들이 결국 중국 정부의 협상술에 말려 들었다는 말들이 최근 나오기도 한다.
상술에 관한 한 중국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한다. 그런 중국이 여타 정치 · 경제적 이유로 양안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스스로 손해를 안고서 대만에 혜택을 줄 리는 만무하다. 차이완 파워의 실체를 중국의 속깊은 협상술에서 보고 싶은 이유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