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에어컨, 고효율기자재품목 지원 못받나?

정부와 멀티히트펌프(EHP·시스템에어컨) 업계가 또 다시 대립각을 형성하고 나섰다.

EHP를 고효율에너지기자재 품목에서 제외하고 에너지효율등급제도를 적용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업계는 시기상조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EHP에 에너지효율등급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효율등급제도는 제품의 에너지효율을 1~5등급으로 세분해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라벨을 부착하는 제도다.

에너지효율등급제도가 적용되면 EHP는 고효율기자재 인증대상 품목에서 제외되며 이에 따라 조달시장에서 우대조치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정부가 EHP를 전력피크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보급을 억제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라며 정부 계획에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대한설비공학회 주최로 열린 ‘EHP의 고효율에너지정책을 위한 공청회’에서 김민수 서울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경우 EHP를 고효율기자재로 적용하고 제품 보급에 힘쓰고 있다는 사사키 마사노부 일본히트펌프축열센터 박사의 발표를 인용하며 “우리보다 시장이 큰 일본도 아직은 EHP산업을 육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EHP에 대한 에너지효율등급제도 적용이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박윤철 제주대학교 교수도 “고효율 EHP는 1차 에너지 변환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 발생이 크게 감소하는 만큼 보급을 오히려 장려하는 것이 국가에너지효율 차원에서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EHP기기를 고효율기자재품목으로 지정해 시장에서 보급을 확대해 왔으나 시장이 충분히 형성된 것으로 판단해 에너지효율등급제도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며 “EHP가 현재 고효율기자재품목으로 지정돼 조달시장에서 우대조치를 받고 있지만 에너지효율등급으로 전환돼도 건설사 등 시공 주체의 선택을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에너지절약 계획서 제출대상인 대형 건축물은 냉방방식(중앙집중·개별냉난방)에 관계없이 주간 최대 냉방 부하의 60% 이상을 축냉식과 가스식 냉방설비로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EHP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입법 추진을 취소한 바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