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석유관리원에서 나왔습니다.”
쌀쌀한 가을의 어느 날 오후 2시경, 경기도 용인의 한 주유소. 한국석유관리원 직원 2명이 차에서 내려 주유소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주유소 직원들은 왜 이들이 왔는지 이미 아는 눈치였다. 중년의 남자 주유소장이 “지금은 바쁘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라고 응했고 “알았다”는 대답과 함께 두 명의 석유관리원 직원들은 각각 주유소 사무실과 주유기 스탠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유기 스탠드로 향하는 직원의 손에는 시료채취용 통이 여러 개 들려있었다.
◇유사석유의 범람…바빠지는 석유관리원=높은 유가의 지속과 이에 따른 세금 부담을 이유로 유사석유가 범람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의 발길이 계속 분주해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 검사를 나온 강대혁 석유관리원 유사석유특별대책본부 과장은 “유사석유 판매 수법이 점점 다양하고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주유소에 직접 나와서 검사하는 방법 뿐 아니라 비노출검사 차량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노출차량은 겉보기에는 일반 자동차와 다를 바 없지만, 내부에 고가의 검사 장비를 설치해 짧은 시간에 유사석유 분별이 가능하다. 일반 소비자처럼 자연스럽게 주유를 한 후 검사를 시작한다.
주유기 스탠드로 온 또 다른 석유관리원 직원은 주유소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경유와 휘발유를 각각 2ℓ씩 4개의 시료채취용 통에 담고, 다른 주유기 스탠드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반복했다. 주유소의 석유 저장탱크는 보통 한 개 이상이기 때문에, 다른 탱크를 사용하는 주유기 스탠드에서도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는 게 석유관리원 직원의 설명이다. 검사 중 문제가 발견되면 탱크 역시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검사 시에는 시료 채취와 더불어 재고 등도 체크한다. 채취한 시료는 밀봉 후 주유소 관계자의 서명까지 받아 석유관리원으로 이동시킨다.
이동된 시료는 석유관리원 시험팀의 검사를 거친다. 검사 결과는 약 10일 후에 해당 주유소에 통보된다. 강 과장은 “석유관리원에서는 유사석유 분별 뿐 아니라 계획된 물량에 따라 적량 검사도 실시한다”며 “보통 20ℓ짜리 법적 계량용기를 사용하며, 가감 0.75%의 오차 범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재원·기술개발 필요=석유관리원은 이 같은 유사석유 감시를 포함한 전체적인 석유유통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석유유통관리 업무는 석유제품의 생산·공급·운송·저장·소비까지 전 유통과정을 관리·감독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정량미달 등 석유유통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한 검사, 석유사업자의 보고자료 확인·점검, 비석유사업자에 대한 유사석유 유통단속 등이다.
또한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등록 또는 신고해야 하는 석유정제업자 등의 등록업무 대행 및 불법 저장시설 운영여부 등 등록요건의 적합여부 점검도 담당하고 있다. 석유제품을 공업원료 용도로 사용했을 때 환급되는 석유수입 부과금에 대한 적정성 여부 역시 석유관리원에서 점검한다.
그간 석유관리원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지난해 14%였던 불법유통 적발률은 올해 8월까지 21%로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기관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석유관리원에서 석유유통관리 업무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146명의 추가 인력과 121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지난해에는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으로 인력 및 예산 확대가 지연돼 기존 품질검사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1인당 검사실적 23% 제고, 2008년 712건에서 2009년 873건)하고 기존인력 24명을 전환해 시급한 업무를 중점적으로 수행했다.
그 결과 1582개 업소에 대한 유통검사를 실시해 비정상 219업소(14%)를 적발하고, 과다 환급된 수입 부과금 약 58억원을 추징하는 등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인력·예산문제와 더불어 석유관리원 직원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문은 선제적인 유사석유 단속 기술 개발이다.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점점 지능화되는 유사석유 판매 수법을 ‘따라갈 수밖엷 없기 때문에, 보다 앞선 대처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사석유의 판매 수법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강 과장은 “이중 탱크 시설을 마련해 놓고 검사가 나오면 리모컨을 이용해 정상 석유가 나오도록 하는 장치가 적발되기도 했다”며 “심지어 계산기나 발바닥 스위치 등을 리모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검사에 대한 반항이 심해 경찰 등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사례도 있다는 게 강 과장의 설명이다.
두 군데의 주유소를 더 들른 후 검사를 마무리하며 그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유사석유가 절대 유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 관련 세금이 상당한데다 유사석유 제조는 단순히 섞는 기술 등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업자들이 유혹될 수 있다”며 “하지만 유사석유를 이용할 경우 차량 내부 부식으로 인한 사고와 톨루엔 등으로 인한 건강 악화 등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