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기상조절기술

[사이언스]기상조절기술

 “일기예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대구경북 지역은 겨울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심야시간을 이용해 약 10센티미터의 눈을 뿌려드리겠습니다. 반면 서울경기 지역은 예상보다 많은 눈으로 인한 교통대란이 우려되기 때문에 오전 7시를 기점으로 내리는 눈을 중단시키겠습니다.”

 물론 지금 들을 수 있는 일기예보는 아니다. 오는 2040년께 들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기예보다.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미 비나 눈, 기온 등을 예측하면 그 오차가 과거보다 상당히 줄어들었다. 과학기술은 이제 단순히 기상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수준을 넘어 기상을 조절하는 기술에까지 접근해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 미래 과학기술의 핵심=수년 전부터 전 지구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기후변화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극한 기후 등 재해를 유발하는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상기후는 생태계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의 신체에도 영향을 미쳐 건강을 해치는 요소가 된다. 또 도시화로 인한 인구 고밀도 지역의 확대와 고령화에 따른 취약계층의 증가와 연결되어 대규모의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매년 세계 GDP의 5~20%에 이르며, 2030년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 적응비용만 따져도 GDP의 0.06~0.21%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기관의 분석이다.

 한반도 역시 지구 평균기온 상승치를 넘어서는 온난화 추세에 있어 재해 관련 위험도는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 기후현상에 대한 정보를 산출하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활발하다.

 ◇대응을 넘어 조절로=최근에는 기상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원하는 기상을 만들어내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소위 ‘기상조절기술’이라는 것.

 일반적으로 기상조절은 의도적인 기상조절을 말하며 인공강우나 인공증설, 안개소산, 우박 억제, 폭풍우 완화 등이 이에 속한다.

 인공강우나 인공증설의 원리를 간단하다. 아직 빗방울이 형성되지 않은 구름에 인공적 구름씨를 뿌려 구름에 있는 수증기를 물방울로 응결시켜 비나 눈으로 내리게 하는 것이다. 구름의 온도에 따라 사용되는 구름씨도 달라지는데 차가운 구름에는 요오드화은(AgI)과 드라이아이스가 많이 사용되며 따뜻한 구름에는 흡습성 물질(NaCl, CaCl2)이 주로 사용된다.

 현재 기상조절기술은 세계 37개국에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인공강우나 인공증설뿐만 아니라 우박억제까지 연구범위도 넓다.

 국내에서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기상청의 국립기상연구소를 중심으로 인공강우·강설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지난 2001년에 발생한 봄 가뭄을 계기로 다시 인공강우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금까지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지상인공증설 실험에서 구름씨를 살포하는 실험에서 평균 약 3% 증설효과를 확인했다. 인공강우는 1밀리미터 수준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흡습성물질 살포에 의한 소규모 안개저감 지상실험에서도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기상조절의 한계=하지만 기상조절기술은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개발, 상용화되고 있다. 기술적 한계와 더불어 ‘인륜적’ 문제가 결부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인공강우나 인공강설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일정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한마디로 마른하늘에 비가 내리게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요즘처럼 한파가 지속된다고 해서 기온을 높이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 기술이다.

 이철규 국립기상연구소 박사는 “전 지구적 관점에서 자연기후를 함부로 바꾸는 것은 할 수도 없지만 해서도 안된다”며 “추운 날씨는 도시인에게는 불편할지 몰라도 다음해 풍년을 기대하는 농촌에서는 반가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상 국립기상연구소만이 기상조절기술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토록 허용한 것도 바로 기상조절에 따른 ‘재앙’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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