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못찾는 지상파 재송신 분쟁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업계 사이의 지상파 재송신 분쟁 해결을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도개선 협상이 표류하면서 합리적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업계에 따르면 방통위 주관으로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진행해온 재송신 제도개선 전담반 논의는 사실상 지상파 방송의 `보이콧`으로 인해 정상적인 의견 수렴을 거치지 못한 채 `반쪽` 대화로 전락했다는 중론이다.

더욱이 지상파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지난 2009년 4월 이후 진행해온 재송신 협상마저 최근 결렬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어서 재송신 이슈가 다시 일파만파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9월 8일 서울중앙지법이 케이블TV의 대가 없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 행위는 위법이라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뒤 지상파와 케이블 업계는 "재송신 중단 불사", "엄정한 법 적용" 등을 내세우며 극단의 대립으로 치달았다.

방통위의 적극적인 개입에 따라 양측이 10월 14일 가까스로 재송신 중단의 파국을 면하긴 했으나 이후 방통위 주관의 대화와 중재, 제도개선 논의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논의 시한인 1월을 넘겨 버렸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통위 중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힘에 따라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커졌다.

지상파를 대변해온 방송협회 관계자는 "지상파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 변경에 응할 수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재송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대 유료방송업계 분쟁, 핵심은 `대가 수준`=지상파는 법원 판결에 따라 정당한 저작권에 대한 대가를 제공치 않는 재송신 행위는 허용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법원의 판결이 지상파의 저작권을 인정하며 대가 산정을 위한 협상 진행에 힘을 실어준 만큼 법에 근거하는 정당한 대가 지불 관행을 관철시키겠다는 자세다.

이에 대해 케이블 업계는 "재송신 행위는 무료 보편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을 많은 사람들이 시청할 수 있게끔 하는 수신보조 행위"라며 "이에 대한 대가 지불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위성방송 또한 "방송사들의 요구는 연간 5억원 수준이었던 재송신 대가를 100억원까지 순식간에 올려달라는 것으로, 사업자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상파가 IPTV 측과 이미 이 같은 수준에 이르는 계약을 맺은 터라 다른 사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이 계약에 따른 수익을 일부 포기하지 않는 한 추가적 대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있다. 지상파로선 그만큼 눈앞의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와 IPTV 계약 당시는 IPTV의 실시간 가입자 기반이 거의 없는 시절이어서 가능한 계약이었을 뿐"이라며 "타 사업자와의 계약 합의가 끝났는데 케이블 업계만 반발하고 있다는 지상파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가입자당 월 사용료 산정 방식을 적용하느냐 여부도 양측간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가입자당 사용료 산정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디지털 가입자가 점증하는 추세에 따라 지상파는 확고하게 수익기반을 늘릴 수 있게 된다.

◇방통위, 중재 불응하는 지상파에 `고민` 깊어져=방통위는 양 당사자의 대립 격화에 상관없이 규제권한에 근거해 개선안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상파의 반발이 곤혹스럽다.

방통위 관계자는 앞서 "제도개선 문제는 지상파가 왈가왈부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고 못박으며 "원래 예정대로 제도개선안 활동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 도입과 KBS 수신료 인상안 등 산적한 방송제도 개선 현안을 떠안은 방통위로선, 지상파의 반발을 누른 채 무작정 각을 세우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방통위가 검토하는 재송신 제도 개선안으로는 분쟁조정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과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 의무제공제도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방통위가 어떤 제도적 개선안을 내든 지상파와 유료 방송업계 어느 일방이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재송신 중단 등 극단적 상황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재송신 정책의 변화는 지상파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위성방송, IPTV 업계 등 당사자들을 넘어 기타 개별 채널사용사업자(PP)의 존립 기반을 훼손할 파괴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화두`다.

노기영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개별적 분쟁을 통해 소모적인 분쟁이나 비합리적인 대가 산정, 혹은 수익극대화를 위한 시청권의 위협 등을 방지해야 한다"며 "규제기관의 중재 하에 일괄적으로 협상해 일정기간 법적 정책적으로 허락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