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 LG 특허경영 `아직은 변방`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억 달러를 주고 ‘크로스 라이선스(특허상호실시허락)’를 맺은 특허기술이 경쟁사에 의해 잇달아 무효로 판결나면서 국내 기업의 특허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안줘도 될 돈을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는 게 우리 특허 경영의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애플과 림은 코닥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양사를 대상으로 제기했던 카메라 특허 침해 소송 및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코닥 기술을 무효화시켜 승소했다. ITC의 폴 J 루케른 판사는 “코닥 특허는 무효이며 애플과 림은 코닥에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같은 특허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막대한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했다는 점이다. 코닥은 지난 2009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해 자사 휴대폰 디지털 영상처리 기술을 침해했다며 미국 ITC 제소했다. 삼성은 2009년 12월 18일 미 ITC가 코닥의 특허기술 2건을 침해했다고 1차 판결을 내리자 판결 직후인 23일 특허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 1월 11일에는 코닥과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특허 소송을 취하하는데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LG전자는 이 보다 앞선 11월 30일 코닥과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5억5000만달러(한화 6600억원), LG전자는 4억달러(4800억원) 로열티를 코닥에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삼성과 LG전자는 인터디지털사의 특허 제소로 각각 1억3400만달러, 2억8000만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했지만 이 특허 역시 노키아에 의해 무효화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승산이 없다’ ‘실효성이 없다’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해외 특허 문제 제기에 대응해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허분쟁사이트인 페이턴트프리덤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특허괴물에 의한 삼성 특허 피소 건수는 38건으로, 각 34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모토로라보다 앞서 1위를 차지했다. LG는 29건으로 6위에 랭크됐다. 이는 국내 기업 규모가 커진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소극적인 특허 경영 전략도 빈번한 특허 피소를 유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전문 법무 법인의 한 변호사는 “상당부분 (스피드 경영을 추구하는)회사의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이런 선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통상적으로 해외 특허 전문기업이 국내 회사에 특허분쟁을 제기할 때, 수입금지가처분소송을 함께 하기 때문에 수출을 위해 불가피 하게 특허계약을 맺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는 대기업의 특허 경영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고 말했다.

  우리나라 지적재산권 적자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이 지적재산권 사용료로 지불한 사용료수지 적자는 총 58억1800만달러로, 2009년 39억9000만달러 대비 20억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6년 26억달러의 2배를 넘는 수치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