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이경진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https://img.etnews.com/photonews/1104/115075_20110404105002_019_0001.jpg)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매우 근접한 일본에서 발생되는 지진의 빈도 및 세기가 커지는 것과 우리나라에 20호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다는 사실이 우리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이 파란 점퍼를 벗고 일상복을 입음으로서 비상사고의 국면에서 일상의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의 안전성과 위험성의 양면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후쿠시마 및 주변의 원전들이 40년 전 건설된 매우 오래된 1세대 원전들임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자연재해 속에서 물리적인 손상이 크지 않았다는 점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일정부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방사성물질의 누출을 차단해야할 격납건물이 수소폭발로 인해 파손된 것은 이번 사고가 일본 원자력계의 심각한 인적오류로 인해 확대된 것임을 증명한다. 과거 TMI(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에서 수소폭발의 위험성이 확인됨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원전들에 수소폭발 방지설비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에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원전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안전성이 매우 높은 가압형 원전으로서 TMI 후속조치로 다양한 안전설비를 보강했고 최후의 안전방벽인 튼튼한 격납용기가 설치됐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3, 4세대의 원전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현재 신고리 및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건설 중인 원자로는 안전도가 매우 높은 신형원자로다. 하지만 우리가 매우 안전도가 높은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후쿠시마의 예에서 보듯이 안전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원전의 일부는 건설 후 30년에 이르고 있어서 수명연장 시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명연장은 설비의 개선에 의해 강화된 엄격한 안전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할 것이다.
비상상황에서 일본의 사고대처 능력도 매우 실망스러웠는데 이 또한 후쿠시마 사고가 인재의 영역에 포함된 것임을 보여준다. 일본 사고가 인재의 영역에 속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원전의 민영화와 이에 따른 지나친 이윤추구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단기적인 영업실적을 위해 안전설비의 투자를 소홀히 했고 전문인력 등을 대폭 감축시켰다. 우리나라는 원전 사업자가 공기업 형태여서 그럴 우려가 적지만 최근의 공기업경영평가가 단기적 성과 평가 위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어 걱정스럽다. 경제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방사선 및 안전 분야의 설비 및 전문인력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지진 후 일본의 사고복구 및 경제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전력 부족이다. 급한 대로 천연가스나 석유 발전으로 대치한다 해도 유가 상승이 만만치 않고, 자연에너지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발전량이 너무 적어 경제성이 턱없이 떨어진다. 앞으로 10년동안 일본에서 원자력의 빈자리는 너무 크며, 현실적인 에너지로서의 원자력의 중요성은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산업 위기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도약의 기회가 됐다. TMI 사고나 후쿠시마 사고는 세계원자력산업계의 위기로 여기지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원자력산업계에는 새로운 도전이자 더없이 좋은 도약의 기회다.
TMI의 교훈으로부터 우리가 더욱 안전한 3, 4세대의 원전을 개발했듯이 후쿠시마의 교훈으로부터 우리의 장점은 더욱 살리고 약점은 보완해 세계 제일의 원전 기술국가로 발돋음 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경주할 때다.
이경진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kjblee@chosu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