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주 수주 지연축소 우려에 하락세

 지난달 일본 대지진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상승세를 탔던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이 이달 들어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반도체 장비 업체의 주가가 하락한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방산업의 투자가 지연되거나 축소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어플라이드메터리얼스, 네덜란드의 ASML, 일본의 캐논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서 국내 반도체장비 업체들의 주가는 업체별로 등락을 나타내긴 했지만 대부분 이달 들어 20% 안팎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OLED 투자 확대 수혜주로 꼽히던 에스에프에이는 4월 이후 지난 18일까지 19.42% 하락했다. 지난해 말 아이피에스를 합병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원익IPS도 이 기간 24.54% 하락하며 1만원대를 밑돌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P9라인 수주로 기대를 모았던 아바코 역시 12.40% 하락했다. 케이씨텍과 주성엔지니어링 역시 이 기간 각각 4.55%와 11.91%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최근 주가도 동반 약세다. 미국증시에서 거래되는 어플라이드메터리얼스와 ASML의 주가 역시 이 기간 각각 12.33%와 6.76% 하락했다.

 이처럼 반도체 장비 업체의 글로벌 동반 약세는 일본 대지진 이후 휴대폰, PC 등의 가전 업체가 부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의 투자 지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 측은 최근 “1분기 수주량이 작년 대비 대략 27% 감소했다”며 “이는 일본 지진의 영향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업체가 투자를 지연한 것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의 투자 지연이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지진으로 인한 노광기 공급 업체인 캐논과 니콘의 피해에 따른 공급 차질과 수요 부족 때문에 투자를 늦추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반도체·LCD 가격 반등이 기대되고 있어 향후 투자가 예정대로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방업체의 투자가 지연되거나 축소돼도 태양광, OLED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의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현용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경우 상반기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되고 있고 하반기 투자가 축소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양한 공급처와 라인업을 확보한 기업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