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태양광 폴리실리콘 못버렸다

 LG화학이 마침내 태양광 폴리실리콘에 깃발을 꽂는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화학 기업설명회에서 “폴리실리콘 사업이 핵심역량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2년 반 동안 고민해왔다”며 “폴리실리콘 사업 추진이 올 상반기 이사회를 통과할 경우 공장 짓는 걸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폴리실리콘 사업 추진을 놓고 저울질 해 온 LG화학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기술력과 수요처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부회장은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고 시장에 팔수도 있게 됐다”며 “2013년 하반기 쯤 본격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 규모는 연 5000톤에서 1만톤 정도이며, 이미 중국·일본·대만기업 등과 장기 공급 양해각서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2013년 하반기나 2014년 초쯤이면 지금과 같은 폴리실리콘의 공급 과잉 현상은 줄어들고 전반적으로 안정화돼, 폴리실리콘 사업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화학은 이날 신성장동력으로 정보전자 소재 분야 강화 계획도 밝혔다.

 김 부회장은 “TFT-글라스 생산 공장을 6월부터 본격 가동해 12월 정도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라인을 7개 건설하지만 우선 1개 라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이 유일하게 생산하는 FPR 3DTV에 쓰이는 광학필름(리타터)은 올 9월 공장 증설과 함께 하반기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LG화학은 1분기 매출액 5조 4909억원, 영업이익 8353억원, 순이익 6566억원 등을 기록,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유창선·정진욱기자 yuda@etnews.co.kr

 

 ◆뉴스의 눈

 2년 반 장고 끝?

 김반석 LG화학 회장은 오랜 기간 폴리실리콘 투자를 고민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LG그룹의 태양광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이번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은 치밀하게 계획된 행보다.

 이미 태양광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LG실트론·LG전자 등 다른 계열사들의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살펴보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LG실트론은 현재 구미 공장에 150㎿ 규모의 잉곳·웨이퍼 공장을 구축했으며, 오는 8월 상장을 앞두고 있어 자금이 확보되면 추가 증설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알려진 LG실트론의 추가 증설계획은 2013년 500㎿ 이상이다.

 LG전자 역시 태양전지·모듈 생산능력을 2013년까지 500㎿로 늘릴 계획이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1GW까지 확대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LG그룹 계열사들의 태양광 생산능력 확대 계획과 함께 절실한 것은 당연히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의 안정적인 공급이다. 그렇기 때문에 LG그룹의 태양광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LG화학의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

 태양전지 1GW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통상 약 8000톤의 폴리실리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LG화학의 연 5000톤에서 1만톤 정도의 투자규모는 그룹 계열사만 해도 이미 수요가 충분해 부담이 전혀 없다.

 LG그룹 차원에서는 폴리실리콘(LG화학)에서 잉곳·웨이퍼(LG실트론), 태양전지·모듈(LG전자·LG이노텍), 시스템(LG CNS), 발전(LG솔라에너지)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전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함으로써 LG브랜드로 국제 태양광시장을 호령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준비운동과 몸만들기를 마친 LG의 본격적인 태양광시장 공략의 서막이 이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