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 애플 특허전쟁 `제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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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제2라운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맞대결 구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애플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캐나다 통신장비 업체 노텔의 특허 6000여건을 매입한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제기한 맞소송을 전격 취하하는 대신 애플 소송에 반소(Counterclaim)하는 전략으로 나간다.

 ◇애플, ‘특허날개’ 달았다=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마이크로소프트·에릭슨·소니·EMC 5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주 월요일 비공개로 진행된 특허 경매에서 45억달러의 낙찰가로 매입 자격을 취득했다. 특허 1건당 75만달러(약 7억800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으로 애플은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0억달러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인텔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삼성전자는 특허방어 펀드 RPX를 대리인으로 내세웠지만 고배를 마셨다.

 애플은 그동안 우수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 한 발 앞선 시장 패러다임 혁신으로 승기를 놓치지 않고 있지만 네트워크 기술력은 삼성전자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노텔의 특허 포트폴리오는 향후 모바일 시장의 먹을거리인 롱텀에볼루션(LTE) 등 4G 무선망을 포함한 데이터통신기술을 비롯해 와이파이, 인터넷, 각종 서비스, 반도체 분야까지 망라했다. 이번 낙찰은 여러 업체와 특허 공방을 벌이고 있는 애플에 창과 방패를 한꺼번에 쥐어준 셈이다.

 삼성전자는 고민이 깊어졌다. 하필이면 날 선 특허공방을 벌이고 있는 지금 시기에 ‘반(反) 안드로이드 연합군’격인 애플 컨소시엄이 노텔의 특허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IP센터 임원급 관계자는 “특허 기술은 누가 가져가는지에 따라 다르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매입에 참가한 기업도 다른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번 노텔 건처럼 대량으로 특허를 매입할 경우 많아봐야 통상 5만~10만달러의 가격으로 계산하는데 애플 컨소시엄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불렀다”고 말했다.

 국내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지금보다 더 많은 소송을 걸겠지만 삼성전자도 IP센터 역량이 만만찮은 만큼 치밀한 우회전략을 마련하지 않겠냐”며 “애플이 향후 진행될 특허 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신속·집중 대응할 것”=한편 삼성전자는 애플 특허 소송에 맞서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제기한 맞소송을 전격 취하했다. 애플 소송에 반소하는 형식으로 바꿔 두 개의 소송을 하나로 병합, 보다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이탈리아, 영국 등에도 특허 소송을 확대했다. 애플 역시 이에 맞서 미국 내 삼성 제품 판매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양사의 특허전은 갈수록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애플 소송과 삼성전자 맞소송을 맡은 판사가 똑같아 두 개의 소송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훨씬 집중적이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애플이 제기한 소송 내에서 반소를 통해 기존 맞소송에 제기한 10개 특허위반 항목을 12개로 오히려 2개 더 늘리는 등 보다 공세적으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다른 유럽 국가에도 추가 제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공세 수위를 높이자 애플 측도 반격에 나섰다. 삼성이 ITC에 미국 내 수입 금지를 요청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애플은 1일 미국 캘리포니아북부법원에 삼성전자 갤럭시탭10.1, 갤럭시S 4G 등 갤럭시 제품의 미국 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측은 “애플의 주장은 전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제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권리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표>삼성전자 VS 애플 특허분쟁 일지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