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돈 유용한 R&D 책임자 엄벌해야

 2005년부터 올 6월까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관리하는 국가 연구개발(R&D)사업에서 279억4800만원이나 유용됐다. 혈세를 본디 쓰임새인 R&D에 쓰지 않고 인건비 등으로 돌려썼다니 책임을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 국가 산업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녹색성장을 이끌 에너지기술 혁신을 주도할 기관들이 관리하는 R&D사업비인지라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물품을 공급하지 않거나 부풀리고, 한 번 집행한 돈을 이용해 중복 증빙하는 등 방법이 유치하고 졸렬했다. 이런 식으로 조성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눈먼 돈(비자금)이 R&D 예산·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관례화했고, 일부 금액은 횡령됐다. 나랏돈을 빼돌려 공무원과 연구개발기관이 암암리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밤 문화’를 즐긴 것이다.

 어제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한 A씨가 전형적인 사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연구책임자였던 그는 인쇄비·원고료 등을 결제한 뒤 해당 금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 수천만원을 조성해 유관 행정기관 간부들에게 성접대를 한 혐의를 샀다. 국책 R&D 과제를 계속 수주하기 위한 비위로 보였다.

 출연연은 2010년 국가R&D사업 투자액의 39.8%인 5조4457억원을 썼다. 대학(25.3%)과 중소기업(12%)에 지원한 R&D 투자액보다 월등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과학인용색인(SCI)급 국내 논문 생산 비중은 14.6%에 불과했다. 78.6%인 대학에 크게 뒤졌다.

 귀중한 세금을 투입하는 국가 R&D 사업 구조가 이래선 곤란하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송두리째 흔드는 꼴이다. 나랏돈 유용한 R&D 책임자를 엄벌할 이유다. 엄정하게 조사해 단 한 푼도 새지 않을 관리체계를 확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