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마트그리드` 벌써 포기하나

`스마트그리드`를 벌써 포기하는 건가. 한국전력공사·KT·SK텔레콤·한국전기연구원이 관련 조직과 사업을 줄였다. 전기연구원 내 조직별 문패에서 `스마트그리드`라는 단어가 아예 사라졌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전이 스마트그리드 추진 4팀을 2개로 줄였다는 사실이다. 사장 직속 `스마트그리드추진실`을 불과 3년만에 개발사업본부 아래 `추진처`로 끌어내렸다. `스마트그리드`라는 이름까지 아예 지울 작정이었다니 단순한 조직 효율화로 이해되지 않는다.

한전은 `스마트그리드 제주 실증단지`와 `한국형 마이크로그리드(K-MEG)`과 `원격 검침 인프라(AMI) 보급사업`을 이끌었다. 세 사업 모두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에너지 이용 효율을 최적화하려는 스마트그리드의 본보기였다. 제주 실증단지는 해외에서 극찬까지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9월 제주 도민(2000가구)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지능형 전력미터와 에너지 저장 전지로 TV·냉장고·세탁기를 돌리는 모습에 주목했다.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의 관련 사업 계획을 상세히 전했다.

`냄비(스마트그리드)`를 3년쯤 끓였으면 충분하다고 여겼을까. 냄비가 너무 빨리 식을까 걱정이다. “(스마트그리드) 정부 지원과제 말고 할 게 없다”는 업계 푸념까지 나온 터라 우려를 키운다. 지난 4년여간 국내 스마트그리드 정책 지원과 시장 현실이 이랬다면 잘못돼도 크게 그릇됐다.

`스마트그리드`는 발전소를 짓느라 수조원을 들이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길로 가지 않으려는 대안이다. 후대에 지구 온난화, 에너지 고갈의 짐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선택해야 할 `지속 가능성`이다. ICT의 미래이기도 하다. 정부는 신속히 현황을 파악하고 업계 피부에 맞는 실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