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보이스톡 갈등` 생태계 자유·책임 정립 계기 돼야

[ET단상] `보이스톡 갈등` 생태계 자유·책임 정립 계기 돼야

카카오가 무료 모바일 인터넷전화인 `보이스톡`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통신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TV 접속차단에 이어 사업자 간의 갈등이 다시 표출되고 있다. 애플도 와이파이망에서만 가능했던 무료영상통화서비스`페이스타임`을 이동통신망에도 지원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나 애플은 무료 서비스이므로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킨다는 입장일 것이다. 반면에 통신사측은 카카오톡으로 인해 문자서비스 수익이 절반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보이스톡이나 페이스타임이 음성전화를 대체해 막대한 수익악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보이스톡을 둘러싼 대립은 통신망을 구축해 운영하는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제공사업자 간의 수익을 둘러싼 대립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핵심에는 인터넷 생태계를 규정하는 가치 개념을 둘러싼 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는 망 운영자(통신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콘텐츠 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자, 이용자에게 차별없이 망을 개방하도록 하는 `망중립성`이라는 가치개념이 인터넷 생태계를 규정해 왔다.

국내 유선인터넷의 경우에는 강력한 유선 브로드밴드를 구축한 까닭에 망 중립성 논의는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고, 포털 등의 콘텐츠 사업자가 망의 가치를 높여 이용자 증가를 가져오는 공생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스마트 미디어 등장 이후 유무선 통신망이 모두 인터넷으로 융합되면서 애플리케이션으로 통칭되는 콘텐츠로 인해 망부하가 급증하였고, 나아가 통신서비스 가입자 포화에 따른 통신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상생협력관계가 무너져 버렸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사업자 간의 상생협력을 통해 인터넷 생태계의 진화를 촉진하는 데 망 중립성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인터넷 생태계는 공공재도 사유재도 아닌 공유자원(common resource)이다. 태양, 공기처럼 무한하게 제공되는 공공재와는 달리 공유자원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아끼려 하지도 않지만, 경합성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가면 자기에게 손해가 되므로 절제없이 사용하려고 한다. 무절제한 훼손과 남획은 결국 생태계 전체를 황폐화 시켜버리는 공유자원의 비극을 초래한다.

공유자원의 비극은 현재 우리 사회의 유무선 인터넷망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경고하고 있다. 플랫폼사업자, 콘텐츠개발자, 단말기제조사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우선시하여 망 중립성만 앞세워 트래픽 폭증을 야기하면 유무선통신망이 결국 황폐화되어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공유자원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업자가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적인 진화를 위해 책임을 공유하는 새로운 가치개념의 정립이 필요하다. 새로운 개념은 망 중립성의 기본 전제인 개방을 필요조건으로 하고 상호공생발전이 가능하도록 책임이라는 충분조건을 포함시켜야 한다.

망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는 망 개방은 인터넷 생태계를 형성하는 기본전제임을 인식하고 모든 사업자의 자유로운 접속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지속적인 망고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또한 콘텐츠사업자, 플랫폼사업자, 단말기사업자도 자신들의 이익만이 아니라 서비스 개발에 망 부하를 줄이는 기술을 적용하고 이익에 비례하여 망 고도화 비용을 부담하는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이런 자유와 책임 공유만이 인터넷 생태계를 진화시키고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이번 보이스톡으로 인한 갈등이 인터넷 생태계에서 각 부문의 사업자가 누려야 할 자유와 공유해야 할 책임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관규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kwankyu@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