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초일류]<7>AM OLED, 한국이 세계를 호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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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LCD·스마트폰·가전….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의 대표산업이다. 하지만 그 무엇도 한국이 먼저 시장을 만들어 낸 사례는 없다. 반도체도 LCD도 기타 여하의 시장도 모두 선진국에서 먼저 발굴해, 한국이 따라잡은 분야다. 우리나라의 끈기와 과감한 투자, 생산기술이 `톱`이라는 성과를 일군 것이다.

[소재부품초일류]<7>AM OLED, 한국이 세계를 호령한다.

AM OLED 시장 전망(출하량, 크기, 면적)TV 비중은 2012년에서 2016년 비교
AM OLED 시장 전망(출하량, 크기, 면적)TV 비중은 2012년에서 2016년 비교

한국이 시장을 먼저 만들고 세계를 이끄는 유일한 산업이 있다. 바로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M OLED는 어떤 다른 산업 분야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한국이 선점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소형 패널의 대량 양산 시대를 열기 시작한 데 이어 대형 TV 양산시대도 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가 한참 앞서 나가고 다른 경쟁국들이 추격해 오는 형국이다.

게다가 AM OLED는 향후 무궁무진한 시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디지털 기기의 디스플레이는 물론 조명을 비롯해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OLED에서 출발한다.

AM OLED는 한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미래에도 확고한 선두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산업이다. 우리가 먼저 개척한 시장인 만큼, 전후방 연관산업까지 제패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도 가졌다. 메모리 반도체나 LCD는 한국이 1위지만 장비나 소재부품 등 후방 산업은 시장을 선점했던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AM OLED 만큼은 후방 산업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TV나 휴대폰 등 전방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AM OLED, 차세대 시장 개화=AM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을 기본 소재로 활용한 디스플레이다. 능동형(AM:Active Matrix)이라는 뜻은 발광소자가 개별 구동하는 방식으로, 라인 전체가 한꺼번에 발광하는 수동형(PM:Passive Matrix) 방식과 구별된다.

빛을 내지 못하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유닛(BLU)이 필요없다. 빛을 내는 물질 자체가 적·녹·청 즉 빛의 삼원색을 발하기 때문에 컬러 필터도 필요없다. 부품이 줄어드는 만큼 디스플레이의 두께를 줄일 수 있는 것은 큰 강점이다.

AM OLED는 LCD가 갖고 있는 문제점의 상당 부분을 해결한다. 액정의 움직임을 통해 동영상 신호를 재생하는 LCD는 구조적으로 시야각이 좁고 응답 속도가 늦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많은 기술 발전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술 한계는 존재한다. AM OLED는 어떤 각도에서든 선명한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고 응답 속도가 빨라 잔상이 남지 않는다. 천연색에 가까운 색을 재현할 수 있는데다 명암비가 높고 번짐도 없다. 저온(-10℃)과 고온(40℃)에서도 응답속도가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자동차 계기판이나 디스플레이용으로도 장착할 수 있다.

이처럼 AM OLED는 기술적으로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더 큰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응용 분야가 넓기 때문이다. BLU가 없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투명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데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OLED는 그 자체가 조명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이 개척한 첫 디스플레이=AM OLED는 사실 1980년대에 등장한 꽤 역사가 깊은 기술이다. 우리나라가 기술 종주국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 OLED 시장에서는 종주국 이상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AM OLED를 직접 상품에 적용하고 시장을 개척한 것은 한국이다. AM OLED 시장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97%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떠오르는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한 것은 국내 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LG디스플레이도 만만치 않다. 소형에서는 뒤졌지만 대형 TV 시장에서는 앞서나가겠다고 선언하고 내놓은 제품이 55인치 화이트 OLED TV 패널이다. 지난 CES와 SID에서 이 제품은 삼성의 적녹청(RGB) 방식과 함께 대등한 평가를 받았다.

◇세계가 한국을 따른다=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한국을 따라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은 대만 업체들과 협공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은 자국 패널 산업 성장을 위해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 관세 인상 등의 방법까지 동원했다.

AM OLED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을 배우고, 심지어는 핵심 기술을 빼가기 위해 혈안이 됐다. 지난 해부터 해외 기업들이 한국의 AM OLED 기술을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BOE 관계사 직원이 삼성과 LG의 AM OLED 기술을 빼내려던 사건은 현재 2심 진행중이다. 연구원이 AM OLED 도면을 훔치다 현장에서 붙잡힌 이스라엘 장비업체 오보텍 사건은 조직적으로 한국의 기술을 빼돌리려 했음을 보여준 일이다. 한국이 AM OLED 시장의 아성을 구축하기 위해 대형 패널 개발에 뛰어들자 중국과 대만 업체들은 뒤늦게 AM OLED 투자를 시작하기도 했다.

BOE는 오르도스 지역에 5.5세대 AM OLED 양산라인 구축을 위한 공장을 짓고 있으며, 티안마도 5.5세대 공장 건설에 나섰다. 대만 AUO는 일본 소니의 힘을 빌어 대형 AM OLED 개발에 들어갔으며, CMI도 소형 AM OLED를 개발하고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사장은 “LCD가 조립 기술이라고 한다면 OLED는 종합 기술”이라며 “중국·대만 업체들이 한국의 뒤를 쫓고 있지만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을 따라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과제는=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AM OLED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시장 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다. 시장조사 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해 1분기 5.3인치 이하 소형 AM OLED 출하량은 약 3000만대에 이른다. 반면 소형 LCD 시장은 10배가 넘는 3억4500만대 수준이다.

픽셀수와 크기가 중요한 소형 시장에서는 LCD가 앞선다. LCD는 인치당 픽셀수가 440이 넘는 제품이 개발됐지만 AM OLED는 316ppi가 최고다. 픽셀 수를 더 작게 만들기 위해 레이저로 패턴을 만드는 레이저열전사방식(LITI) 도입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형 AM OLED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을 변화할 만한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 깨지지 않는 언브레이커블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예다.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첫 단계인 언브레이커블 디스플레이는 소형 시장에서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일본·중국·대만과 초격차를 벌이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한국이 선택한 것은 AM OLED TV다. 중소형 시장에서 대형으로 갑작스레 이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기술적 난제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AM OLED 중 가장 큰 제품은 LG디스플레이의 15인치 TV다. 이 제품은 3년 전 출시됐다 지금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7.7인치 이하 제품이 주력인 상황에서 55인치로 점프한다는 것은 일반 상식으로 봐도 쉽지 않은 일이다. 15년에 걸쳐 조금씩 크기를 키워온 LCD도 아직은 주력이 30인치대다.

대형 AM OLED 패널을 양산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TFT다. 픽셀당 TFT를 한개만 사용하는 LCD와 달리 AM OLED는 두 개를 사용한다. TFT가 많아지는 대신 크기를 줄여야 한다. 비정질실리콘(a-Si)가 아닌 저온폴리실리콘(LTPS)나 산화물(옥사이드) TFT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이들은 비정질실리콘에 비해 전자 이동속도가 빨라 크기를 줄여도 동일한 성능을 낸다. LTPS나 옥사이드 모두 55인치 정도의 대면적, 특히 8세대에 도입된 적 없는 기술이다.

OLED에만 들어가는 봉지 공정도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대형 기판에 유기물을 한꺼번에 증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증착에 이용하는 판이 넓어지면 휘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몇 등분으로 나눠 증착을 여러번 하는 SMS를, LG디스플레이는 일괄적으로 화이트 증착을 한 후 컬러필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소재 성능도 향상시켜야 한다. 교체 주기가 긴 TV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수명이 배는 늘어야 한다. 높은 가격도 넘어야 할 산이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고 해도 1000만원에 이르는 TV를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업계의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OLED 전쟁은 시작됐다”며 “대형 AM OLED 시제품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AM OLED 투자 현황

출처 : 유비산업리서치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