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초일류 꿈꾼다]<3>디스플레이편-⑪디스플레이 선도자 한국, 새로운 물결도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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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시장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두 어깨에”

지난 20여년간 부단히 노력한 결과 한국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끌어 가는 지위에 올라섰다. 평판디스플레이(FPD) 기술 종주국 일본을 추월한 제 1의 물결과 시장을 꿰뚫어 본 과감한 투자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제 2의 물결을 이뤄낸 주역이 한국이다.

지난 22일 열린 디스플레이 동반성장포럼. 디스플레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패널업계와 전후방산업계가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지난 22일 열린 디스플레이 동반성장포럼. 디스플레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패널업계와 전후방산업계가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그러나 이제 FPD 산업은 TV 시장의 정체로 인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미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FPD 종주국 일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LCD에 이어 미래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의 기술 성숙도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전자신문은 이번 기획을 통해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의 어려움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전한 희망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TV 시장을 넘어 새로운 분야에서 해외 기업들과 초격차를 벌여 선두 지위를 확고히 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물결, 바로 제 3의 물결을 일궈내는 것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주어진 사명이자,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다.

본지는 지난 5월부터 `디스플레이, 제 3의 물결이 온다`를 주제로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 주소와 미래를 살펴봤다. 한국·일본·중국·대만의 산업 현황과 강점·약점·기회·위기(SWOT) 요소를 분석하고 LCD와 AM OLED 등 주력 디스플레이 산업의 각 분야별 전망을 짚어봤다. 주요 후방산업의 현황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결론은 바로 한국이 시장을 재창조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또한 지금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재기를 노리는 일본, 추격자 중국, 그리고 대만=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의 공세다. 정부와 산업이 똘똘 뭉쳐 한국과 일본을 뒤쫓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중국이다. 기업의 경영 상황은 물론 시장 수급 여건조차 돌아보지 않는다. 그 결과 중국의 성장 속도는 무섭다. 지난 7월 기준 BOE의 LCD TV 패널 출하량 성장률은 작년 동기대비 223%, CSOT의 성장률은 무려 3202%를 기록했다.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는 더욱 과감하다. 고해상도 LCD를 생산하기 위해 저온폴리실리콘(LTPS), 옥사이드(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TFT) 공정 투자에 나섰고, AM OLED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가 일본에서 한국, 다시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CRT(브라운관) 역사를 현재의 디스플레이 시장에 빗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유일하게 투자가 활발한 지역이기도 하다. 관세 인상을 통해 다른 나라 기업들이 중국에서 직접 투자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일본은 중소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재기를 노리는 상황이다. 일본의 재팬디스플레이와 샤프는 LTPS 투자를 한국보다 앞서 진행했으며, 샤프의 옥사이드 TFT 투자는 한국보다 앞섰다. 게다가 대만 기업들과의 합종연횡 전략을 통해 미래 시장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엿보고 있다.

비록 한국이 현재 시장 점유율에서 독보적이지만, 신시장을 만드는 선행 투자를 감행하지 않는다면 중국에 추격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AM OLED 시장에서 한국이 기술 주도권을 갖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 연구개발에 전력한 덕분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술 발전, 여전히 갈길 멀다=LCD는 이미 표준화된 기술이다. 중국이 빠르게 뒤쫓아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아직도 LCD 시장에서 개척할 분야는 많다. 풀HD급 이상 고해상도(고정세), 55인치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스마트폰용 LCD도 최근 풀HD 해상도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김학선 전무는 “3년 내에 스마트폰에서도 초고해상도(UD)가 구현될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LCD로는 고정세·대화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 TFT 공정에서 비정질실리콘(a-Si) 대신 옥사이드와 LTPS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LTPS는 대면적에서 아직 성공하지 못했고, 옥사이드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두 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도 이제 막 시작이다. 각종 전시회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모습을 드러낸 적은 많지만 아직 대량 생산에 성공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꿈의 디스플레이를 현실로=AM OLED는 한국이 기술 주도권을 잡고 있는 몇 안되는 분야다. 우리나라가 시장을 먼저 만들고 또 한번 세계 시장을 이끌어야 할 유일한 산업이라는 뜻이다.

AM OLED가 탄생한지는 오래 됐지만 디스플레이 산업을 창조한 곳은 한국 기업이다. 중소형 제품 시장 점유율 97%를 넘어, TV 시장까지 도전한 것도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뚝심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AM OLED 산업에서는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이 한국의 기술을 배우고, 심지어는 핵심 기술을 빼가기 위해 혈안이 됐다. 지난 해부터 이들이 국내 기업의 AM OLED 기술을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기술력이 앞서 있다고 하지만, 역시 갈 길이 멀다. 산소에 약한 유기물을 보호해줄 봉지공정 기술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대형 기판에 유기물을 한꺼번에 증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증착에 이용하는 판이 넓어지면 휘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처음 대면적 패널에 적용하는 화이트 OLED도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소재 성능도 향상시켜야 한다. 교체 주기가 긴 TV에 AM OLED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수명이 배는 늘어야 한다. 높은 가격도 넘어야 할 산이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고 해도 1000만원에 이르는 TV를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간다=기술 장벽을 넘기 쉽지 않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다. 포화기에 접어든 디스플레이 시장을 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은 갖가지 융합 기술과 서비스가 출현하는 상황에서 디스플레이 수요는 꾸준하다는 점이다. 어떤 단말이든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 디스플레이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의 출현은 침체된 디스플레이 시장에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고해상도와 대형 디스플레이는 TV와 단말기의 교체 주기를 단축시켰다. TV만해도 과거 10년의 교체주기는 현재 7년으로 줄어 들었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을 만들어 내려면 지금 필요한 것이 또 한번의 창조다. 이제는 상상력으로 시장을 창출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로 교과서를 대체할 e북 시장, 휘어지고 접히는 디스플레이가 만들어 낼 새로운 정보 환경 등이 제 3의 물결을 이끌 것임은 분명하다. 그 미래를 창조할 힘이 바로 국내 업계에 있다.

◇후방산업 육성에도 공 들여야=지난 22일 평창군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국가연구개발총괄워크숍`에서 뜻깊은 행사가 마련됐다. 공존과 상생을 위한 디스플레이 동반성장 포럼이 그것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처음 개최된 이번 동반성장 포럼은 세트와 부품, 소재 등 전후방 연관 산업 기업들이 대부분 참가해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을 공유했다. 전후방 산업의 로드맵은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에 이정표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초 체력인 후방산업 경쟁력이 취약한 편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리기판이다. 공급자가 워낙 적다보니 LCD 패널 업체는 불황에 허덕여도 유리기판 업체들은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남긴다. 갈수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핵심 소재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PDP·LCD·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부품을 조사한 결과 전체 국산화율 평균이 66%(2010년 기준)에 불과했다.

국내 장비 산업도 이제 세계 최고로 등극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가장 까다로운 한국 고객사를 만족시킨 국내 장비들은 세계 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국내 고객사 눈치를 봐야 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해외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다. 장비 기업도 성장할 수 있는 길도 만들어 줘야 한다. 세계 시장으로 확대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일이 급선무다. 이기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디스플레이 시장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열린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이라며 “전후방 연관 산업에서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순서

(1)프롤로그

(2)대륙의 힘, 이정도였나.(중국편)

(3)일본의 몰락, 열도는 반격을 노린다

(4)기로에 선 대만, 경쟁력 추락 `울상`…대연합 전략으로 반격

(5)한국,지금이 초격차 기회다

(6)LCD, 아직 창창하다

(7)AM OLED, 한국이 세계를 호령한다.

(8)소재부품 산업 기반 뒤따라야

(9)터치스크린패널 주도권을 확보하라

(10)장비업계, 변해야 산다.

(11)에필로그-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