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특집1-ICT한류]전자정부 기반으로 경제 대국 꿈꾸는 몽골

한반도의 7.4배인 156만7000㎢ 규모의 광활한 영토를 보유한 몽골. 15세기 징기스칸이 이룬 몽골제국 멸망 후 세계 변방으로 밀려난 몽골이 변화하고 있다. 수도 울란바타르 시내에는 아파트를 비롯한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타워크레인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울란바타르 시내 남쪽에 위치한 `짜이센` 지역에서는 서울 강남과 같은 대규모 신도시 건설이 한창이다. 15세기 영토 대국을 이뤘던 몽골이 서서히 경제 대국을 꿈꾸고 있다.

몽골의 경제 성장을 위한 준비과정에는 전자정부도 한 몫 하고 있다. 후진적인 행정처리로 느 급성장할 경제를 뒷받침할 수 없다는 것이 몽골 정부 생각이다. 현재처럼 민원서류 하나 발급하는 데 하루 이틀이 소비되고, 10분 거리를 교통 체증으로 1시간을 버려야 하는 공공 인프라로는 경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몽골의 변화 핵심에는 한국의 전자정부 노하우가 자리 잡고 있다. 국가등록청의 주민등록전산화 사업, 울란바타르시의 지능형교통체계(ITS) 등이 한국 기술로 진행된 대표적 사례다. 몽골의 전자조달시스템·특허시스템·관세전자무역시스템 등도 우리나라 기술로 구축된 전자정부시스템이다.

◇2014년까지 주민등록 전산화, 민원처리 시간 대폭 개선

울란바타르 시내 종아일 지역에 위치한 국가등록청 주민등록소 청사. 건물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건물로 들어오는 좁은 도로는 차들이 뒤엉켜 교통 정체를 빚고 있다. 주민등록 전산화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울란바타르시에 거주하는 문크 오치르(32세)씨는 “민원서류 발급에 문제가 생기면 하루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면서 “주민등록소 앞에는 늘 많은 사람과 차량들이 오고 간다”고 전했다.

몽골이 주민등록정보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1950년 관련 법률을 제정, 이듬해부터 주민들의 출생·결혼·이혼·입영·사망 등 5가지 유형의 정보를 등록하기 시작했다. 주민등록번호는 1988년 처음 부여했다. 주민등록정보에 대한 전산화의 필요성은 1990년대 초에 나타났다. 당시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해외여행이 급증, 국민들의 여권발급 신청이 늘어났다. 여권발급을 받기 위한 주민확인서 발급 등 민원업무도 급증했다.

전산화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그러나 56개 문서 창고에 보관된 916만4573건의 서류에 대해 전산화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몽골 전체 인구가 28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혀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문서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산화를 위해 상당수의 인력과 예산이 필요했다. 몽골 정부는 한국의 국제협력진흥재단(KOICA), 일본 국제개발처(JAICA), 미국 국제협력처(ICA) 등으로부터 지원 제안을 받았다. 몽골 정부는 KOICA로부터 지원을 받기로 했다. 400만달러 규모다. 사업자로는 한국의 SK C&C를 선정했다.

주민등록 통합 국가등록시스템은 2011년 6월 구축이 시작돼 지난 3월 가동했다. 엘데네 심에그 다그바 국가등록청 주민등록소장은 “현재까지 총 1200건의 문서를 전산화했다”면서 “총 8가지 등록 정보 중 이혼·부모확인·개명 등 3가지는 전산화를 100%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가등록청은 2014년 8월말까지 주민등록 전산화를 모두 마무리한다. 전산화가 완료되면 몽골 내 21개 광역단체의 주민등록 민원 업무 프로세스가 개선된다. 새로 발생되는 주민등록 정보는 바로 전산화가 이뤄지고 해당 데이터베이스(DB)는 중앙정부가 관리한다. 민원처리 소요시간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주민등록소 민원처리업무를 담당하는 푸레브 수렝씨(26세)는 “전산화가 이뤄지면 업무량은 9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민원인 입장에서는 과거 길게는 2~3일 이상 소요되는 민원처리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등록청은 향후 다양한 국가등록 문서로 전산화를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간 협업으로 범정부 차원의 추진계획도 마련 중이다. 전자문서 법적효력을 위한 법적근거도 준비한다. 아마르사나 국가등록청장은 “처음에는 몽골이 추진하기에는 힘겨운 사업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 정부와 기업이 도와줘서 가능했다”면서 “몽골의 전자정부 사업은 가능한 한국과 함께 진행하는 것을 정부에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란바타르, ITS 도입으로 교통과 환경 개선

몽골 전체 인구 270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120만명이 거주하는 울란바타르. 2003년부터 울란바타르 시내에는 많은 아파트와 빌딩이 지어졌다. 그만큼 울란바타르 시내 유입 인구도 많아졌고 차량도 급증했다. 2009년 10만3000대였던 차량이 지금은 20만9000대로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교통 인프라는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울란바타르시가 지능형교통체계(ITS)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다.

초기 울란바타르 교통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2000년과 2004년 두 번에 걸쳐 교차로 20여 곳에 LED 신호등을 설치했다. 이후 울란바타르시가 추가 도입을 위해 일본의 LED 신호등과 한국, 러시아 제품을 비교했다. 장비 가격과 성능을 평가한 결과 한국 제품이 선택됐다. 하지만 한국 신호등을 도입하려니 문제가 있었다. 기존 일본 제품과 호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람쿠 바트쳐지 울란바타르 교통센터장은 “오랜 고민 끝에 성능에서 우수하다고 판단된 한국 제품으로 전체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를 몽골 정부에 요청,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문제도 있었다. ITS 구축 사업을 위한 예산이 부족했다. 결국 울란바타르시는 몽골 정부를 통해 차관을 받기로 했다.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이용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원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사업자 선정은 몽골 재정경제부에서 진행해 많은 제안업체 중 SK C&C를 선정했다.

사업이 본격화됐지만 진행과정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몽골 현지 인력들이 ITS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다. 국가 전체에서 처음 진행되는 사업이라 모두가 잘 몰랐다. ITS를 구축 하더라도 울란바타르 시내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했다. SK C&C를 단순히 물건 팔러 온 장사꾼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SK C&C가 한국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중고품을 들고 와 판다는 소문도 돌았다.

바트쳐지 센터장은 “당시 SK C&C가 울란바타르시 관계자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해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면서 “울란바타르 시민에게 ITS를 알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2009년 1월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해 2010년 12월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현재는 SK C&C가 유지보수를 수행하고 있다.

울란바타르시는 자동차가 많이 늘어났지만 교통상황은 그만큼 나빠지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퇴근 시간 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교통 흐름은 괜찮다. 중앙관제센터 CCTV에서 교통 체증이 발생되면 즉각 경찰에게 무전으로 연락, 경찰이 직접 교통 정체의 원인을 해결한다. 울란바타르 시내에는 총 26개의 CCTV가 설치돼 24시간 관제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이 결과 교통상황 개선은 물론 대기오염 정화 효과도 얻었다. 바트쳐지 센터장은 “ITS 도입으로 교통문화도 좋아졌다”면서 “운전자들이 CCTV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 불법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울란바타르시는 ITS 2차 사업을 추진한다. 기존 도심 중심으로 구축했던 ITS를 부심 지역으로 확대한다. 장비교체도 추진한다. 바트쳐지 센터장은 “다음 진행되는 ITS 사업은 범정부 차원으로 확대해서 진행할 것”이라며 “시민들의 올바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울란바타르(몽골)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