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힘내라, 원전!](https://img.etnews.com/photonews/1210/337411_20121003150157_211_0001.jpg)
지난 2일 신고리원전 1호기와 영광원전 5호기가 잇따라 고장을 일으켜 가동을 멈췄다. 순간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9·15 순환정전 악몽이 떠올랐다. 당시 여름철 전력 비상수급기간을 무사히 마친 발전사들은 겨울철 전력피크에 대비해 발전시설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 있었다. 추석연휴 끝자락에 찾아온 늦더위로 전력예비율이 급감하자 9월 15일에는 전력당국이 순환정전이라는 극약처방을 했다. 산업계를 비롯해 상당한 피해가 있었지만 국가적인 블랙아웃을 막았다는 데 위안을 삼았다.
지난 2일은 작년과 시기가 매우 비슷했다. 발전설비 일부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상태고 추석 연휴가 끝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올해는 추석 연휴에 이어진 샌드위치 공휴일로 많은 공장이 가동을 멈춘 상태였고 작년 같은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지 않았다. 100만㎾급 원전 2기가 멈춰 섰지만 전력예비율이 30% 수준을 유지했다.
전력비상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원전 정지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올해 들어 잦은 고장과 비리, 사고 은폐 등으로 이미지를 실추한 한국수력원자력은 작은 실수도 가중처벌을 받을 상황이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서라도 실추한 명예를 회복하려는 한수원에 최근의 마약사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원전 2기가 동시에 정지한 것은 치명적이다. 이번 원전 고장은 국민 안전과 관련한 위험은 없다. 하지만 잦은 고장은 국민을 늘 불안하게 한다. 올해 들어 불시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것은 일곱 번째다. 시운전까지 포함하면 열두 번째다.
원전 고장이 잦은 이유는 다른 데도 있다.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으로 대부분의 원전이 몇 개월 동안 100% 출력한 데 따른 피로가 쌓였다. 세계 원전 평균 이용률이 79% 수준임을 감안하면 가히 살인적인 가동률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하는 데 원전 이외에 대안이 없다.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된다고 하지만 엄청난 시간과 비용,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획기적인 대체 에너지원이 생기기 전에는 원전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원전은 방사능 사고로 이어지면 재앙 수준의 피해를 낳는다. 한 치의 실수나 방심도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다. 발전소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으며 방사능 외부 누출과도 전혀 상관없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원전 운영 책임을 맡는 한수원은 죽을 맛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한수원이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다. 전기를 만드는 일은 기계가 하지만 기계를 관리하는 것은 사람이다. 기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혹사하거나 최적 환경을 유지해주지 못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그만큼 관리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사고는 나사 하나에서 비롯된다. 원전 안전은 한수원이 가장 잘 알고 지켜온 덕목이다. 힘들겠지만 국가 에너지 수급의 중추를 맡고 있다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