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기판을 어느 곳이나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필 앤드 스틱(Peel-and-Stick)` 기술로 거의 모든 소재에 적용해 응용 범위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집니다. 우주 항공장비에 부착되는 엄청난 크기의 태양전지 무게도 줄일 수 있습니다. 가격도 더 들지 않습니다.”

이지환 스탠퍼드 박사과정 연구원은 “필 앤드 스틱 기술로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차세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공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웨이퍼 기판을 종이나 고무 같은 싸고 가벼운 소재로 대체하는 것”이라며 “제조공정이나 설비를 바꾸지 않아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개발한 광전환율 7.5%의 박막 태양전지를 이용해 `스티커형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제조 기판으로 쓰인 웨이퍼를 뜯어낸 후 명함이나 건물 유리벽 등 새로운 소재에 옮겨 붙이는 실험을 선보였다. 이 연구원은 “박막 태양전지를 뜯어내 일반 접착제로 붙이기 때문에 태양전지 효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더 높은 효율의 태양전지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얇은 박막은 습도가 높은 날이나 바닷물 속에서 쉽게 벗겨지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층간박리(Subcritical Debonding) 현상이라고 하죠. 특수한 환경에서 균열(크랙)이 잘 일어나 전자장비가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 착안해 크랙을 이용한 공정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필 앤드 스틱은 니켈이나 구리같은 얇은 금속 박막을 웨이퍼 기판과 태양전지 사이에 코팅하는 기술이 추가됐다. 방수 코팅된 태양전지를 물속에 담근 후 금속 박막을 벗겨내면 미세한 박리가 일어나 아무런 손상 없이 웨이퍼 기판에서 분리된다.
이 연구원은 스탠퍼드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지난 4년 동안 나노테크놀로지를 이용해 휘어지는 전자장비를 만드는 공정 개발을 연구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공정 테스트를 위해 박막 태양전지를 이용했지만 사실상 박막 트랜지스터 등 다른 전자 장비도 응용 가능하다”면서 “휘어지는 차세대 스마트폰이나 투명 디스플레이 제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 앤드 스틱은 사이언티픽 리포트 저널 12월 20일자에 게재됐다. 미국 특허에 등록된 상태며 현재 상용화를 위해 기업 지원을 받아 추가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