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감동스러운 불굴의 주인공이 아니에요. 저는 양손을 잘 쓰고 다른 장애인에 비해 많이 배웠어요. 또 두 아이의 행복한 엄마로 일까지 하고 있잖아요.”
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주부 김지혜씨(35·여)는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에서 선발한 불법복제물 재택 모니터링 요원이다. 4기 모니터링 요원으로 지난 1월부터 매일 저녁 7시~새벽 1시까지 지정받은 웹하드와 P2P 사이트에서 불법 음원 감시활동을 펼친다.

김 씨는 네 살 때 아파트 9층에서 떨어져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다. 그는 “너무 어릴적 일이라 두 다리가 제대로 움직인 것은 기억에 없다”며 “장애는 깊숙한 생활이 됐다”고 전했다. 물론 고등학교 시절까지 부모님은 등하교 때 그의 발이 됐다.
이후 신학대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장애인사회복지단체에서 일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김 씨는 “한 시간마다 단속한 화면을 캡처해 저장하면 다섯 시간이 훌쩍 가고 업무시간이 종료하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며 “새벽 2~3시가 돼야 잠들지만 일을 끝내고 나면 행복감이 밀려 온다”고 말했다.
“나이는 점점 늘어나고 몸 한 쪽은 불편해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죠. 100장이 넘는 이력서를 썼지만 모두 게 허사였어요. 그런데 올해 초에 연락이 왔어요. PC를 다룰 줄 아시니 집에서 일하는 게 어떠냐고. 눈물이 찔끔 났죠.”
최고령 재택 모니터링 요원인 김병화씨(61·남)는 전직 경찰관이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불법 출판물을 1월부터 감시하고 있다.
20년 전 파출소장 재직시절 과로 상태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다. 당시 의사는 다시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단단히 마음을 먹으라고 했다. 태권도 공인 5단으로 다져진 몸은 재활에 큰 도움이 됐다. 용케 3년 만에 왼쪽 다리가 움직였다.
그래도 바깥출입을 삼갔다. 거리에 나가면 자신을 부랑아 장애인으로 취급했다고 회상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커가는 아이들과 집 안팎일을 모두 처리하는 아내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이후 10년간 부지런히 일을 찾아 다녔다. 김 씨가 재택 모니터링 요원에 자원한 것은 전직 공직자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에서다.
김 씨는 “불법복제물을 찾아 신고하는 재택 모니터링 요원이 활약하면서 불법복제도 크게 줄고 우리나라가 미국의 저작권 감시대상국에서 4년 연속 제외됐다”며 “이 업무가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자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복제 콘텐츠 단속 규모는 1억점을 넘었고 단속으로 줄인 피해액은 2200억원에 달했다. 모두가 4년 동안 재택 모니터링 요원들이 세운 공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