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에서 살던 시골쥐가 서울쥐를 따라 대도시를 구경한다. 시골쥐에게 서울은 너무나 풍요로운 곳이다. 치즈나 햄덩어리가 널려 있다. 여러 놀이 문화에 환경도 깨끗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수많은 쥐덫과 쥐약에 고양이까지 살아남기 위해 매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시골쥐는 “아무리 풍요로우면 뭐해……. 나는 시골이 좋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간다.
어린 시절 읽었던 우화다. 우화속 서울쥐는 왜 시골쥐를 따라가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시골쥐처럼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다수 학생들의 생활은 어렵다.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좁은 단칸방에서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내용이 뉴스에 심심찮게 나온다. 학비는 지방이나 서울이나 비슷하다 해도 별도의 거주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집을 벗어나면 삼시세끼 챙겨 먹는 것에 다 돈이 필요하다. 서울로 올라와 취업한 지방 출신 청년의 초반 생활 모습도 비슷하다.
정년을 앞둔 50대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는 `은퇴 후 시골에서 텃밭을 일구며 살고 싶다`는 답이 의외로 많다. 입사부터 승진, 자녀 교육, 말년에 퇴물 취급 받지 않으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온 생활을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서울쥐가 서울에 살며 느꼈던 것처럼 아마도 기회의 풍요로움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여건만 되면 지방으로 내려오고 싶다`는 얘기다. 여기서 여건이라 하면 안정된 직장과 자녀 교육 두 가지를 말한다. 몸은 서울쥐이지만 마음은 시골쥐인 셈이다.
지방에 취업과 교육의 기회가 보다 많아져야 한다. 새 정부 국정 어젠다인 경제민주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문제만은 아니다. 비대칭적으로 격차가 벌어진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간에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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