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일베를 `강제 폐쇄`해야 한다고? 이건 아니지…](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1/19/sdaaia-as14.jpg)
민주당이 22일 회의를 열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상대로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했다. 5·18 북한개입설을 방송한 종합편성채널엔 해당 프로그램 폐지와 책임자 징계를 요구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이유다.
민주당의 분노를 100% 이해한다. 일베 사이트에 거의 들어갈 일이 없고, 종편 방송을 아예 본 적도 없으나 보도 내용만 봐도 황당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베 사이트 회원들의 악담과 저주는 혐오스럽다. `뭐 이런 꼴통들이 다 있담`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운영금지 가처분이니 프로그램 폐지니 하는 민주당 주장은 너무 나갔다.
운영금지 가처분은 쉽게 말해 사이트 폐쇄다. 쓰레기 글이 넘치는 사이트를 아예 강제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온당한가.
`표현의 자유`라는 게 있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다. 일베 사이트 회원들의 글을 보면 표현의 자유의 허용 한계치를 넘나드는 게 많다. 인신 모독에 허위사실 유포 등 현행법을 어겼다고 볼 만한 글이 너무나 많다. 이런 글엔 당연히 제재를 해야 한다. 해당 글을 올린 회원에 민·형사상 소송을 걸어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
사이트 폐쇄는 이와 전혀 다른 문제다. 일베가 워낙 사회적 지탄을 받는 사이트가 됐지만 그 폐쇄 판단은 어쨌든 운영자와 회원들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심지어 강간과 같은 범죄 모의에 가까운 말들이 오가는 이런 사이트가 솔직히 없어졌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볼까 겁이 날 정도다. 이런 커뮤니티 공간이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지 의문도 든다. 그래도 회원이 아니니 폐쇄 판단의 주체는 될 수 없다.
일베와 대척점에 선 진보적인 커뮤니티 사이트가 하나 있다고 하자. 올리는 글도 대체로 건전하다고 하자. 만일 악의를 품은 `우익 꼴통`들이 대거 회원으로 가입해 황당한 막말을 하고 이번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하자. 이 사이트도 외부에서 강제로 폐쇄해야 하는가. 물론 일베는 악담을 올린 회원뿐만 아니라 이러한 글을 동조하거나 묵인하는 회원도 꽤 많아 심각한 수준이기는 하다. 그럴지라도 `강제 폐쇄`는 신중하게 거론해야 할 말이다.
민주당의 주장은 다른 측면에서도 무리수다. 되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편파 왜곡과 막말이 많은 사이트라고 무조건 다 없애면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검열과 무엇이 다른가. 민주당의 뜻과 달리 자칫 건전한 진보 사이트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5.18 폄훼를 계기로 일베와 같은 `나쁜 사이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다. 이참에 이러한 커뮤니티 문화를 개선할 좋은 기회가 왔다. 그런데 민주당이 엉뚱한 논쟁을 야기해 이에 찬물을 끼얹거나 희석시킬까 걱정된다.
종편의 5.18 왜곡도 그렇다. 그 내용만 봐선 근거와 사실에 기반을 둔 보도에 충실해야 하는 미디어의 책임을 방기한 듯하다. 일방적인 일부 주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는지 여부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꼼꼼히 심의해야 한다. 민주당으로선 철저한 심의와 책임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폐지 주장은 좀 그렇다. `국민 여러분! 역사를 편파 왜곡하는 쓰레기 프로그램이니 보지 맙시다!` 라고 호소했다면 더 큰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무작정 폐지 운운은 민주당의 미디어 관에 대해 엉뚱한 의심을 생기게 할 수 있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