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정보화 시장 외면하는 IT서비스 업계

최근 정보기술(IT) 서비스업계 1위인 삼성SDS가 대외 금융·공공 정보화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속 사업은 기존대로 수행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기기는 했지만, 1500여명의 금융·공공사업부 인력 중 상당수를 해외사업 조직으로 재배치했다.

[기자수첩]금융정보화 시장 외면하는 IT서비스 업계

불과 1~2년 전 금융정보화 시장을 생각하면, 삼성SDS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당시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차세대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IT서비스업계 빅3는 물론, 중견 IT서비스기업들도 앞 다퉈 뛰어들었던 금융정보화 시장이다.

그랬던 시장이 이제는 사업 수행업체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그것도 대규모 금융정보화 사업을 가장 많이 수행한 IT서비스업계 1위 업체가 외면했다. 왜 그랬을까. 단순히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가 줄어, 시장규모가 축소된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수익이 나지 않은 시장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수익성이 확보된 시장에만 참여하기로 소문난 삼성SDS에게 금융정보화 시장은 의미 있는 시장이 아니다. 금융정보화 시장이 전락한 배경은 무엇보다 늘어난 사업규모에 비해 예산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업을 수주해도 매출만 늘어날 뿐, 수익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많다.

IT서비스업계에도 책임이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저가 수주가 빈번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저가 수주는 고스란히 하청 업체인 중소기업에게 피해가 전달돼 사업 수행에 차질을 빚게 하는 요인이 됐다. 이 피해는 다시 발주한 금융회사에게 그대로 옮겨진다. 최근 발생된 대형 차세대 프로젝트의 실패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 대외 시장 중 하나인 금융정보화 시장의 전락은 심각하다. 이미 공공·대학 등 대외 정보화시장은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굳어졌다. 더 이상 기업이 시장을 외면해 기술력과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말아야 한다. 금융권과 IT서비스업계는 시급히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금융정보화 시장에도 보다 공정한 절차와 제값 주고받는 수·발주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