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생산기술연구소(전문연)라는 민간기관이 있다. 중소기업자·대학·공공기관·중소기업과 관련된 대기업 또는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업종이나 기능별로 설립하는 연구소다. 하는 일은 생산기술 표준화 지원과 중소기업 디자인·브랜드·제품 및 공정 개발 지원, 연구 장비·시설 및 시험·평가 장비 활용 촉진, 중소기업 기술애로 해소 등이다. 한마디로 산업기술 상용화를 연구하는 일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전자부품연구원·한국광기술원·한국섬유개발연구원·한국니트산업연구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사업화를 강조하면서 이들 전문연이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비해 재정과 인력 면에서 취약한 전문연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연은 기본적으로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방식으로 예산을 조달한다. 정부에서 받는 경상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부 연구 과제를 수행하거나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후 받는 로열티 등으로 조직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나마 중소기업에 기술을 지원하며 쌓아온 전문연의 기반이 최근 출연연의 실용화 정책 확대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일부 전문연은 혁신과 사업다각화로 출연연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규모를 확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 예산 사업은 출연연이나 공공기관 등 정부 유관 기관으로 집중됐고 민간 연구기관이나 협회, 단체는 직접지원에서 배제되거나 공공기관의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변화했다. 이 때문에 최근엔 전문연이 기초·원천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출연연과 사업화에 필요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기업 사이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연이 출범 초기와는 달리 추진력을 잃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새로 들어설 때면 출연연과 전문연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출연연과 기업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는 자립할 수 없다. 전문연의 자립 경쟁력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전문 연구 분야 개발과 기술사업화 노하우에서 나온다. 기업 친화형 연구개발 능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