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다. 아마도 우리나라만의 기현상일 것이다. 중견기업연합회가 중견기업과 매출 1000억원 이상 중소기업을 조사했더니 23.9%의 기업이 조세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해 중소기업군에 남거나 되돌아가기를 희망했다.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나니 세제혜택이 확 줄어 이전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기업인들이 네 곳 가운데 한 곳이라는 얘기다.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왕 진입한 것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기업들도 여전히 조세지원 배제를 경영과 성장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조사 대상 기업의 무려 61.9%가 이렇게 답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세제 지원을 집중한다. 아무래도 경영 환경이 취약한 곳들이 많을 테니 배려해줘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과연 옳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중견기업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시장에서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검증받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은 당장은 물론이고 미래의 고용 창출과 산업 기반과 부가가치 향상에 도움이 된다. 더욱이 궁극적으로 더 좋은 세금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많은 중소기업에 좋은 목표다. 중견 기업처럼 키우겠다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면 우리 산업 저변과 경쟁력이 더 넓어진다. 중견기업이 받는 불이익을 빨리 고쳐야 할 이유가 이렇게 많다.
정부는 중견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찾는다. 하지만 중견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더 많은 특혜가 아니다. 중소기업만큼의 대우를 원할 뿐이다.
이참에 기업 규모에 따라 세제 등 지원을 차별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중견기업이라는 카테고리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나뉜 분류에서 어정쩡하게 나온 산물이다. 엄연히 세제 분류상 대기업으로 돼 있으니 정부가 지원책을 찾는 것도 힘들고 시간이 더디게 걸린다. 더 높이 올라갈수록 혜택이 늘기는커녕 되레 줄며, 부담만 커진다면 더 높은 목표를 지향할 이유가 없다. `피터팬 증후군`도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 인식을 깨지 않고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